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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경제 전망이 틀리는 세가지 이유.

by 격암(강국진) 2023. 1. 25.

23.1.24

요즘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투자에 관심이 없지 않은데다가 경제난에 대한 소식이 워낙 많아서 전세계약을 할 때도 뉴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년정도만에 집값이 20%씩 떨어지는 시대니까요.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는 언제나 경고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투자는 본인 책임으로 하라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경제전문가로 초빙되어 인터뷰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도 엉터리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관들도 다 엉터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경제전망이란 틀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전망이 틀리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가지는 모델이 물리학이나 공학에서 말하는 선형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선형모델이란 우리가 관측하는 량들이 서로 비례관계에 있는 모델을 말합니다. 물가가 조금 내리면 고용이 조금 늘어난다던가, 유가가 조금 오르면 소비가 조금 줄어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우리는 흔히 이런 관계속에서 물가가 두배 오르면 고용이 늘어나는 정도도 두배쯤 될 것으로 예측하고는 합니다. 

이 선형 모델은 물론 이렇게 두 개의 양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값은 금리와 국민소득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아파트 값이 아파트 값 = A * 금리 + B* 국민소득의 식으로 결정된다는 것도 선형모델입니다. 수학을 멀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형 모델이 뭔지도 모르거나 사실 거의 모든 설명은 이 선형 모델을 그 뒤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비선형모델은 사실상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시스템에서 비선형 요소가 등장했다 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래는 급속도로 예측 불가능해지고는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일은 이러저러해질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안에 수식이 한줄도 나오지 않아도 그건 선형 모델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만 내일일지 내년일지는 누구도 모른다라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이 선형 모델의 한계를 돌파해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경제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말을 안합니다. 

그럼 현실에서 선형모델이 맞을까요 아니면 비선형 모델이 맞을까요? 정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죠. 선형모델이 맞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문제는 경제문제의 경우 우리는 가끔 틀리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투자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 설명이 맞건 틀리건 당연히 감수해야 할 위험이 없겠죠. 하지만 소위 영끌해서 집을 샀다거나 빚을 내서 주식을 샀다면 한번 틀리면 아 이번엔 틀렸구나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설명이 그럴듯해도 그 예측에 따라 큰 모험을 하면 곤란해 집니다. 한번만 틀리는 것도 충분히 뼈아픕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빚없이 집사고 주식 투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같습니다. 본인의 예측이건 남의 예측이건 그걸 너무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경제전망이 틀리는 두번째 이유는 선형이건 비선형이건 애초에 그 경제모델에는 꼭 필요한 요소가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재벌 3세로 태어난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의 매출을 두배로 늘렸다고 해 봅시다. 이 사람은 자신의 노력과 회사의 매출은 비례한다는 선형모델을 믿을 수 있으며 그건 그 나름대로 옳은 모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3세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그 사람의 성공은 그 사람이 재벌3세라서 가지는 특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빼면 그건 전혀 옳은 설명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의존하는 그 재벌기업이 흔들리면 재벌3세의 노력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잊혀집니다. 아니 언제나 잊혀집니다. 우리는 모두 한계가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에서 하는 사극을 보면서 저는 이 모델의 문제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사극에는 출연인물들이 있습니다. 사극에서는 주로 왕이나 귀족같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그들 사이의 힘겨루기에 따라 역사가 펼쳐지게 됩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참으로 그럴듯합니다. 아 세종과 태종간의 힘겨루기가 역사를 이렇게 바꿨구나 하는 식으로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같은 시기를 다뤘지만 그 시대의 상인이라던가 그 시대의 군인이라던가 그 시대의 발명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을 보면 그 시대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하면 먼저번의 사극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나라 바깥의 외교문제는 거의 언급이 안되었고 농사 문제나 기술 문제도 언급이 안되었으며 군사 문제도 언급이 없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나는 겁니다. 세계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흔히 하듯이 인간들간의 싸움으로 역사를 보다가 기술이나 과학의 발전으로 역사를 보면 역사가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역사는 모두 각각의 관점으로 보면 매우 그럴듯해 보입니다. 

결국 이 세계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그들의 관계도 비선형일 때가 많습니다. 경제란 하나의 게임인데 그 게임의 규칙이 계속 바뀌고 있는 게임입니다. 축구 한일전을 하는데 어느 쪽도 지고 싶지 않은 한국과 일본 정부가 계속 협상을 하면서 경기 도중에 축구 규칙을 바꾼다고 해봅시다. 과연 이 게임이 어떻게 펼쳐질지 어떻게 예측하겠습니까? 이것조차 경제가 국제화된 오늘날에는 현실보다 단순한 경우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사실 많은 요소를 보지 못하고 있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럴듯한 이야기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으며 그냥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수학자들이 등장해서 데이터에 의존하면서 분석을 해도 중요한 요소는 빠지기 마련이고 미래 예측은 틀리기 마련입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경험에 기초해서 맘대로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이랬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가치판단이나 희망사항을 현실처럼 말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경제학은 말하자면 뉴튼 이전의 물리학의 단계에 있습니다. 그 시대는 연금술사의 시대, 무당의 시대였죠. 그래서 이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지금의 경제전문가들은 모두 연금술사나 무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근대의 전문가인 겁니다. 

경제전망이 틀리는 세번째 이유는 인간 사회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 인간이라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옳은 경제정책도 국민들이 대부분 반대하면 실천할 수 없으며 민주사회에서는 그래서도 안됩니다. 그러니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예측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1=2라는것은 진리이므로 결국 사람들이 믿어줄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럴듯한 주장입니다만 이런 것조차 주장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미래를 결정합니다. 

이런 예를 생각해 봅시다. 어떤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집값이 앞으로 일년간은 계속 오를 거라고 말했는데 그걸 모든 사람이 믿으면 집값은 실제로 오를 것입니다. 왜냐면 집값이 오를 거라고 믿으면 집을 사려고 할테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믿을 것인가 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결코 믿을만한 사람의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적어도 언제나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정치때문에 종교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왜 있겠습니까. 이 세상이 그런 세상이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와 모순이 왜 그렇게 많겠습니까? 

그렇다면 모든 경제전문가들은 다 똑같이 엉터리이고 귀기울일 가치가 없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만 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사회를 결정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경제의 규칙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세상 사람은 모두 도둑이니 믿지 말아야 하고 너는 이기적으로 너만 생각하며 살라고 하는 주장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꼭 틀린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그렇게 믿으면 세상이 그렇다는 것이 실제로 증명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우리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예측은 상당 부분이 우리가 어떤 게임의 법칙을 따르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예측이지만 사실은 예측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동네에 불이났을 때 나가서 '불끄는 것을 도우려고 하면 아무도 오지 않아서 너만 죽을 수도 있다. 사실 불은 아무도 끄지 않아서 동네를 모두 태워버릴 것이다.'라는 것도 예측이지만 이건 불을 방관하라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불은 언제나 나기 마련이고 불이 나면 모두가 나와서 그걸 끄려고 할 것이니 너무 걱정할 것 없다. 불은 모두의 힘으로 끌 수 있고 따라서 꺼질 것이다.'라는 것도 예측이지만 이건 모두가 힘을 합쳐 불을 끄자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너무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곤란하지만 저는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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