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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사람을 좋아할 이유와 투자

by 격암(강국진) 2025. 5. 11.

우리는 대개 사람을 미워할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만 사람을 좋아할 때는 그 이유를 잘 따지지 않는다.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는 것이지만 미워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니 저러니 이유를 다는 것은 아마도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며 따라서 적절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 따위는 필요없다는 말은 과연 설득력이 있다. 누군가를 특정한 이유로 좋아한다고 제한해 버리면 그것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훼손하고 축소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같은 것은 투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대가 되기 때문에 이 사실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특정한 회사를 좋아하는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삼성 주식에 한 재산을 투자한다면 사람들은 나는 왜 삼성을 좋아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삼성을 좋아하는데에 이유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투자가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어떤 회사를 싫어해서 그 회사에 투자를 하지 않을 때에는 별다른 이유가 크게 필요없다. 왜냐면 투자를 안하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예측과는 달리 크게 성공한다면 투자하지 않은 것이 아깝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손해가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 투자를 아직 하지 않은 회사는 나와 상관없는 회사다. 나와 상관없는 수많은 회사들에 대해 일일이 내가 그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데 이렇게 투자에 빗대어 말하는 것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하는데 있어서 이득손실을 따지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통상 옳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은 그 이득이라는 것을 금전적 이득이나 정치적 이득같은 것에 한정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그 이득이라는 것이 만족감이나 감정 그리고 삶의 충실성에 대한 것이라면 어떨까?

 

모든 관계나 인연은 나름대로 어떤 영향을 나에게 준다. 내가 누군가를 사귀고 가까이 하면 그것은 나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 예를 들어 돈만 보고 하는 결혼을 비판하는 사람은 있을 지 모르지만 결혼이란 인생의 투자이며 그것이 실패하면 감정적 물질적으로는 물론 우리의 인생 자체가 낭비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사람을 골라서 사귀려고 하고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람을 멀리하려고 한다. 이런 모든 것을 투자의 개념으로 말한다면 사람을 사귀는 것을 투자로 말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찾지 않는 것이 옳을까? 이런 질문의 답을 단정적으로 고정하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을 사귀는 것이 실로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오히려 우리는 꼭 우리가 누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왜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안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 나에게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은 형편없이 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되고 결혼도 하는 것이 옳을까? 세상에는 수 없는 사기꾼들이 있다. 그들이 당장에 아쉽다고 나에게 잘해주는데 그걸 보고 그런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가질 때 그것에 대해서 의식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해볼 필요가 있다. 즉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남을 미워할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고 감정 낭비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할 이유를 찾는 것은 상당부분 그 사람과 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나와는 맞지 않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내칠 수 없으니까 우리는 섭섭한 이유, 미워할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냥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뭘 생각하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내가 투자하지 않은 회사에 내가 무관심하듯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 먼저지 그 사람을 비판할 필요 자체가 없지 않을까?

 

물론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인간관계라는게 그렇게 쉽게 싹둑싹둑 자를 수 있는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지만 사람 사귀듯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 보면 내가 말하는 것이 분명해 질것이다. 만약 투자를 사람 사귀듯 한다면 그건 회사가 보이는 대로 전부 투자하는 것이다. 나에게 투자를 요청하는 회사는 거부하는 법이 없다. 그렇게 해서 나는 무수한 투자처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나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회사들을 계속 비판하고 미워한다. 투자를 할 때는 투자를 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면서 그저 저 회사가 좋았다고 말하면서 투자를 시작하고 투자를 멈춰야 할 때는 투자를 멈추지 않고 계속 내가 저 회사를 미워하는 이유를 나열하면서 투덜댄다. 어쩌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그 회사가 미워진 나머지 그 회사를 망하게 하려고 할 지 모른다. 여전히 그 회사에 투자를 계속 하면서 말이다. 

 

이런 투자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산을 한도 끝도 없이 많은 곳에 투자하고 이유도 없이 투자하며 심지어 내가 투자한 회사를 미워한 나머지 그 회사를 스스로 망하게 하려고 한다. 이건 말이 안된다. 나와 맞지 않는다면 투자를 멈추고 행운을 빌어줄 일이지 내가 그 회사를 감정적으로 미워하는게 나에게도 그 회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이렇게 만나는 면이 있다. 두루 세상을 둘러보는 것과 사람을 마구 만나는 것은 다른데 그렇게 한다. 누가 나에게 사려깊고 잘해주는가, 누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때로 미워한다. 어떤 때는 그 미움에 빠져서 온통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이 세상에는 나와 맞지 않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떤 사람은 먹을 것이 없어서 고민인데 어떤 사람은 살을 빼는게 고민이다. 어떤 사람은 여자친구 한번 가져봤으면 하고 소원이지만 어떤 사람은 인수분해도 못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것 처해 있는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서 각자의 입장과 감정을 말하고 이해받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계속 이야기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인생낭비다. 그게 나쁜 일은 아니고 어떤 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그래서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집착해서 그런 소통에 몰두해 봐야 결과는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단 한명의 어리석은 사람에게 수십년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바뀔지 안그럴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성공한 사람들은 교육에 실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들은 좋은 자원을 가졌고 그 스스로가 좋은 것을 많이 알고 있는데 그들의 자식들은 그 부모만 못한 일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운의 문제도 있지만 자식의 환경과 부모의 환경이 애초에 다르다는 것이 크다. 성공이란 적절한 환경에서 적절한 때에 적절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부모도 대신 만들어 줄 수 없다. 예를 들어 부모가 대단한 독서가인 경우 자식은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냐면 언제나 많은 책이 자기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그 책들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결핍이 애착을 낳고 성취를 만드는 법이다. 

 

사람을 사귀는 일과 투자는 서로 다르다. 다만 그것들 사이에는 같은 이치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같이 나란히 놓고 생각하면 느껴지는 바가 있다. 오늘은 문득 이같은 것이 생각나서 몇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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