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옛 대학친구를 만났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친구는 아직 AI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더군요. 그래서 친구의 사무실에 들러서 컴퓨터에 클로드 데스크탑을 깔고, 파일시스템 mcp등 몇가지 중요한 도구들을 깔아주고 그리고는 AI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몇가지 시연을 보여주고 왔습니다. 이 친구의 경우에는 esp 32 자동설정이 중요한 사례였는데 그걸 하자면 컴퓨터에 파이선도 업데이트하고 라이브러리도 더 깔아야 했습니다. 물론 제가 한게 아니라 AI가 한 거지만 그래도 제가 뭔가를 하라고 해야 그것에 필요한 것들도 깔리니까요.
이렇게 친구를 만나고 집에 와서 누워서 생각해 봅니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결국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설정이라는 것은 내 컴퓨터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깔고, 만들고, 적절한 정보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카카오나 네이버 api를 쓰면 주변의 맛집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AI가 완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도움을 많이 주기는 하지만 AI가 그런걸 완전자동화하는 걸 서비스 하는 쪽에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AI에게 방법을 물어봐 가면서 그 api 키를 얻어다가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나면 AI는 오늘 갈비탕이 먹고 싶은데 시내쪽에 좋은데 없냐는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는 겁니다. 부동산 실거래가라던가 정부의 창업지원 데이터라던가 하는 정보들도 다 이렇게 api로 얻어와서 AI에게 연결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최신 정보를 얻어다가 좀 더 쓸모있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설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일 처음 내가 느낀 것은 내 설정을 나도 모른다는 겁니다. 계속 내 시스템에 설정을 더해가면서 쓰다보면 잘 되게 됩니다. 어떤 사이트에가서 뭘 설정했고, 뭘 깔았고 하는 것이 어렴풋이 생각은 납니다. 하지만 설정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는 그걸 다시 할 필요가 없으니 그런 기억은 점차로 희미해 집니다. 문제가 생기면 AI와 상담해서 설정을 또 바꾸겠지만 문제가 없으면 그냥 쓰는 겁니다. 그러니까 친구의 컴퓨터를 설정해주는 일을 하면서 기억이 안나는 일이 많았고, 생각보다 안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런 설정은 엄밀하게 말하면 끝이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이 필요한 도구를 설치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첫째로 앞에서 말한대로 서비스 하는 쪽에서 AI로 완전히 자동화되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끼어들어야 합니다. 둘째로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미리 쓰지도 않을 도구를 끝없이 설치해 놓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그건 마치 관심도 없고 죽을 때 까지 읽지도 않을 거면서 집에 거대한 도서관을 차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하면 집이 비좁아지겠지요. 마찬가지로 시스템도 느려집니다. 오히려 성능이 떨어집니다. 내가 딱 하나만 관심이 있다면 그것만 하는 도구만 있는게 성능이 좋습니다. 결국 이 설정이라는 건 우리 스스로 내가 원하는 걸 찾아서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남이 완벽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건 내가 제일 잘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태어나서 살면서 하는게 어쩌면 이런 설정같은 거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학교에 가고 졸업장을 얻습니다. 왜냐면 그런 과정을 거쳐야 현대 사회에서 살 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력서에 쓸게 없는 사람,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은 살아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바깥으로 나가서 학교에 가고 직장에도 갑니다. 졸업장이나 월급을 위해서 그렇게 하기도 하지만 살자면 그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들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맥이고 사회시스템에 대한 경험이죠.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보고, 눈치도 보면서 정보도 얻고, 직접 사회시스템을 이것 저것 경험도 해보면서 살아야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야 신뢰도 생기고 지식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니까요. 생각이 잘 안나는 문제도 비슷합니다. 어른들은 솔직히 청소년때 자신이 어떻게 그 시기를 통과했는지 잘 모릅니다. 문제가 없으면 그냥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면서 사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비슷한 일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쓰는 것에서도 발견합니다. 거기서도 설정이 꽤 중요하죠. 필요한 것들을 깔고, 익혀야 빠르고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AI도 그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결국 계속 설정을 해야 하고, 그 설정이 우리가 AI를 가지고 뭘 할 수있는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문제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같은 기계들은 메뉴얼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열심히 메뉴얼을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AI는 메뉴얼을 쓸모없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메뉴얼을 인간 대신 익혀서 인간이 원하는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주는 것이 AI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너도 나도 하는 바이브 코딩이죠. 사람이 자연어로 테트리스 게임을 하고싶다고 하면 AI는 그걸 할 수 있는 코드를 짜서 실행해 주는 겁니다. html 코딩이나 파이선 코딩 따위를 인간이 몰라도 말이죠.
그런데 바이브 코딩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코딩을 인간이 할 필요가 없어지면 그 코드를 인간이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겁니다. 저는 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계인 AI가 잘 이해할 수 이는 형태는 꼭 인간의 한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게 아닙니다. 책한권을 순식간에 읽는 AI에게는 하나의 문장이 백페이지짜리여도 별 문제없습니다. 인간은 그런 문장을 들으면 듣다가 문장의 맨 앞을 잊어먹겠지만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세상이 급격히 복잡해질 겁니다. 이미 세상은 물론 복잡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시스템을 이해해야 시스템이 돌아가기 때문에 온갖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표준이나 프로토콜을 썼습니다. 예를 들어 자판기에 버튼이 있다면 그건 인간에 맞춤형이어야 합니다. 버튼의 수가 수천개라면 어떤 인간도 그런 자판기를 잘 쓰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그런 자판기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AI가 쓴다면 버튼의 수가 수천개인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죠.
그러니까 AI를 많이 쓰면 쓸 수록 사회 시스템은 흐트러질 겁니다. 말하자면 전에는 깨끗하게 아주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말을 해야 상대방이 알아듣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정말 인간은 알아들을 수도 없이 난잡하게 말해도 AI가 알아서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표준이 없어지는 겁니다. 사실 사람들은 메뉴얼을 외우고, 서로 서로를 강제하면서 이 표준 때문에 괴로워 했습니다. 괴로워도 표준에 스스로를 맞춰야 했습니다. 그런데 AI가 점점 더 일을 처리하면 사람들은 그런 걸 알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표준이 인간이 이해하기 좋은 모습을 가져야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여러분은 비트코인을 써서 집앞에서 붕어빵을 사먹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 아십니까?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은 하고, 그걸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걸 AI가 해주면 저는 신용카드 없이 붕어빵을 사먹을 수 있겠지요. 결제는 비트코인으로 하고 말입니다. 여기에는 제가 앞에서 말한 그 설정이라는 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결제수단이 열개나 백개가 아니라 만개나 10만개쯤 되는 세상에서는 그 설정을 여러분 스스로 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 AI의 도움을 받으니까 가능한 일이고, 적절히 노력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무엇보다 자기 주변의 설정을 제대로 해놓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게 아주 어려울 겁니다.
정글북이라는 동화책에 나오는 사람처럼 밀림에서 살다가 문명사회로 나오면 시민으로 살기 위해서 이것저것 갖춰야 하는 일, 배워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남들은 수십년에 걸쳐서 하는 걸 순식간에 하려고 하면 아주 일이 많지요. 아마 비슷할 겁니다. 수많은 설정을 주변에 가진 사람들을 아무 것도 안하다가 쫒아가려고 하면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왜냐면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내가 설정을 하는 속력보다 설정이 생겨나는 속력이 더 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노코드 툴이라고 하는 것에 AI를 붙여서 자동화서비스를 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 자동화 서비스를 쓰자면 메뉴얼을 익히고 설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고생해서 설정이 다 끝날 무렵이면 그런 시스템자체가 필요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달 배워서 평생 쓸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한달 배웠는데 6개월 후에 그게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난감한 일입니다.
21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고 PC를 씁니다. 그런 기계들만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걸 못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노인들은 점점 생활에 문제를 느낍니다. AI는 훨씬 더 강력합니다. 설정이 되어 있는 사람과 설정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마치 트랙터로 땅파는 사람과 맨 손으로 땅을 파는 사람의 차이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과도기이므로 그런 설정과정을 표준화하여 제도권 학교에서 죽 가르쳐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런 교과서는 세상에 없고 있다고 해도 실은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금방 사라질 또 하나의 메뉴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뒤죽 박죽입니다.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미친 듯이 뭘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그런 소식은 듣지도 못하는 느낌입니다. 이 설정의 문제는 분명히 적어도 한번은 큰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마라톤은 두 발로 하는게 상식이라고 믿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참가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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