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그냥 돈이 되는 일이 가치 있고 그렇지 않은 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가를 되돌아 보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은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부자는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사실상 어쩌다 가진 재산으로 똥을 만드는 일 이상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돈은 소중하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무소유가 좋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다. 나는 돈이 싫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생존에 필요한 돈 이상의 것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진다. 이 말이 돈의 힘을 부정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돈의 힘이 대단해도 그 돈을 어디에 쓸지모른다면 즉 자기 나름의 가치판단에 의해서 하고 싶은게 있는게 아니라면 결국 그런 사람이 소유한 돈은 힘이 없다. 거의 무의미한 소비나 자기 과시에나 쓰일 뿐이다. 실은 그 돈이 더 대단한 일도 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은 의미가 없다. 그 사람이 소유한 돈은 그런 일에 절대 쓰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이 문제의 전부도 아니다. 우리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왜 당신의 삶이 소중하며, 당신이 중요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결론적으로 당신의 답이 틀렸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국회의원이라던가 사장이라면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니까 나는 소중한 사람이고 중요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거 맞는가?
우리는 끝없이 판단을 중지하거나 미룬다. 돈이나 지위의 예를 들었지만 어떤 그런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뭔가를 이유로 삼아서 그러니까 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판단을 정지하고 당연시하는 그것들은 대개 목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수단이라는 점이다. 그것 자체가 중요성을 당연하게 만들지 않는다. 돈의 가능성이 당신이 가진 돈의 소중함을 증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지위가 가진 권력이 당신의 권력의 소중함을 증명하지 못한다. 특히 당신이 진심으로 뭔가를 좋아하고 이루고 싶어하는게 없으며 그저 그런 껍데기들을 수집하는 것에서 멈춘다면 그렇다. 당신이 뭔가를 하기 위해서 어떤 지위에 오른다면 그 지위는 훌룡한 수단이 되어주겠지만 그냥 높은 지위에 올라서 잘난 척, 중요한 사람인 척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 지위는 별 의미가 없으며 대개의 경우 악용될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것을 돈이나 지위같은 추상적인 것보다 더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신은 왜 어떤 사업을 하고, 왜 어떤 직장에 다니며, 왜 어디선가에서 뭘 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온갖 현실적이라고 말해지는 이유들을 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중독되어서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끝에 가서 우리는 중독에 너무 빠지지 않았다면 솔직하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그게 다 뭘 위한 것이었을까? 그게 다 뭐하는 일이었을까? 그건 마치 패션을 모르면서 다들 부러워 하니까 힘들게 일해서 1억짜리 옷을 사는 것과 같고, 맛도 모르면서 엄청나게 비싼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건 아니었을까? 우린 그런 일을 한 1년이나 2년쯤 한게 아니라 50년이나 80년씩 하면서 살다가 그냥 죽는거 아닐까?
분명히 말해두자. 나는 왜 다들 세계평화나 인류구원을 위해서 일하지 않냐고 말하는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근사한 연인과의 데이트를 꿈꾸는 건 소비적이니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뭐든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면 좋다. 하지만 한두번은 몰라도 어린애도 아닌데 이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게 죽을 때까지 유일한 소원인 사람은 대개 불쌍한거 아닐까?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에 살아보고 싶은 것도 그런게 아닐까. 긴 세월을 살면서 그정도가 꿈의 전부인 사람은 불쌍한거 아닐까?
불행히도 세상에는 이런 가치관에 빠진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기의 꿈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 일도 많다. 그들은 한껏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 척 말하면서 너는 왜 돈이 안되는 일을 하냐는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무슨 비싼 호텔이 좋았다던가 누가 무슨 비싼 아파트를 샀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요즘에는 이런 사람이 오히려 내가 젊었을 때보다 더 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절대적 가난이 심해지면 그걸 무시할 수 없다. 굶어죽을것같을 때는 꿈이 배불리 먹는 것인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진게 어느 이상이 되면 사실은 그런 물질적 소유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 연봉 5천받는 사람이 연봉 1억받게 된다고 엄청나게 행복해지는게 아니다. 지금은 20세기때의 한국에 비하면 훨씬 더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도 돈에 중독된 사람은 오히려 많아졌다. 부모가 자식을 적극적으로 중독시킨다. 이젠 유치원생도 좋은 직업이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일이 많다.
미친 듯이 돈을 벌고 그 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는 미친듯이 돈을 써서 해결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기를 잃고 만다. 꿈이 없고 하고 싶은게 없다. 고독을 즐길 수 없다. 왜냐면 타인이 없을 때 내가 가진 것이 하나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고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려고 살 뿐인데 다른 사람이 없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이 예쁘다고 말하는 것이 좋아서 그것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혼자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실 세계가 하나의 비전을 위해 힘차게 나아갈 때는 그래도 대중의 꿈이라는게 의미가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 선진국이 되자는 꿈 속에서 모두가 힘을 다할 때 같은 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평균이 의미없고 기존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모순이 누적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이고 근대가 몰락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자기의 중심이 없고 바깥만 보고 있으면 세상은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유학을 많이 공부한 선비가 되어 이름을 날리겠다는 꿈을 꾸는 꼴이 생기기 쉽다. 내 주변의 작은 풍선같은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말하는게 전혀 보편적이지 않은 일도 쉽게 생긴다.
자기의 꿈, 자기의 소명을 가지는게 어려운 시대다. 그런데 그래서 그것들이 더 소중하다. 세상에 휩쓸리면 우리는 정말 쉽게 돈 벌고 소비하는 기계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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