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두남자 가게를 열다6 두 남자 가게를 열다 (6) 실패한 혁명가 철주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꽤 오래 걸렸다. 이윽고 철진은 고개를 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저는 자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버릇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가 나오던 저는 어떤 이론이나 일반론으로 달아납니다. 나 자신이라고 하는 어떤 특별한 한 경우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해 지는 것이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내가 뭘 좋아하는가의 문제로 말하기 보다는 어떤 절대적인 틀안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문제로 자꾸 만드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전에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본적이 없었는데 철진형이랑 이야기하면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가 자꾸 미끄러진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 ..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5) 21세기의 가게들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기 혼자만의 환상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만약 주변의 모든 것을 무시하고 혼자만의 공간에 처박힌다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즉 자신의 무지와 세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면, 다르게 말해서 항상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고 미지의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끊임없는 세상의 혼란이 우리를 변하게 하고 다른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겠죠.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 반대입니다. 지나친 세상의 혼란이 우리로 하여금 자기를 지킬 수 없게 하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일관성을 지키지도 못하는 내적인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관성을 잃는 다는 것은 자기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4) 가게안의 가게 철주와 철진의 만남은 몇 일 가지 않아서 다시 이뤄졌다. 둘다 만나서 가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재미있어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혀 말도 되지 않을 것같은 가게 만들기라는 것을 향해 비록 천걸음 만걸음중에 한 걸음이라도 한걸음 한걸음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철주와 철진은 비록 그 모든 생각들이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해도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가게를 세웠다가 지워버렸다. 세상도 좀 달라보였다. 이제 둘은 구석의 가게를 보면 저기는 장사가 잘 될까. 뭘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상가 권리금 문제로 분쟁이 있어났다는 기사를 읽으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게 되었다. 철진은 복고풍의 1인용 가죽 의자를 보면서 저런 의자를 가게에 놓으면 내가 원하는 가게 분위기가 생길까 하는..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3)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 두 남자는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다. 그 일주일동안 두 남자가 서로에게 주었던 숙제는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해 지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결국 어떤 가게가 그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가게가 될 것인가하는 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모금 삼킨 다음 철진은 말문을 열었다. “난 고리타분한 사람이야. 그래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책을 좀 찾아봤지. 칸트는 사람이 행복해 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더군.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거야. 책장에 쇼펜하우어 인생론이 있기에 그걸 펼쳐봤더니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첫번째 조건은 건강이라..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2) 가게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가 뭔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을 때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뭔가 말하기에는 그것은 너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마음을 가졌다거나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마음이란게 뭔지 살아있다는 것이 뭔지에 대해 뭔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작다. 절대적 무지가 절대적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 바로 무지의 벽이 세워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스스로 그 벽을 세우고 그 벽들 안에 갇힌다. 두 남자는 몇일 뒤 다시 만났다. 그리고 깨진 거울의 일도 잊지 않았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하자는..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존재의 이유 나는 계란후라이가 좋다. 노란 빛이 선명한 계란이 프라이팬 위에 툭 떨어지고 그러자마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익어가는 것이다. 나는 봄날의 창가가 좋다. 창밖으로 구불구불하게 숲으로 난 오솔길이 보이고 그 위로 아지랑이가 나른하게 솟아나는 것이다. 저멀리로는 길을 따라 걸어오는 소를 모는 농부가 있다. 아니 비록 그것이 경운기나 최신등산복을 입은 여행자라도 괜찮다. 나는 빗소리가 좋다. 비오는 날에 창가에 놓인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 유리창에는 물방울이 주룩주룩 흐를 것이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나는 자리를 편안히하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다. 나는 너에 대해서는 뭐든지 다 알고 있다. 이 말은 슬픈 말이다. 적어도 아내에게서는 가족.. 2015. 1.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