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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젊고 지친 사람들에게53

존재의 불안과 살고 싶은 삶 2022.3.2. 젊었을 때의 나를 돌아보면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렸다. 그래서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 존재감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것은 좋게 평가하면 야망이며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핍된 생각이며 내가 앞으로 뭔가를 이뤄내지 못하면 나는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이래서는 초초감에 시달리고 항상 자기를 부정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아이들은 빨리 크고 싶어하게 된다. 즉 빨리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 취직을 하거나 박사학위를 따서 뭔가를 증명하고 싶어하게 된다. 비극인 것은 많은 어른.. 2022. 3. 2.
젊은이의 생각, 부모세대의 생각 2022.2.10 우리는 언제나 자기 위주로 세상을 보거나 기껏해야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 위주라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객관적이라는 말도 언제나 의미가 큰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언젠가 캐나다로 가족들을 보낸 기러기 아빠의 사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이랬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이 좋은 곳에서 교육받기를 원해서 캐나다로 가족을 보내고 그 학비를 버느라 외롭게 죽도록 일했는데 자식의 생각은 완전히 반대였다는 겁니다. 그 자식은 아버지덕에 자기가 좋은 곳에서 공부하고 호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를 원망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그 자식의 입장에서는 비교대상이 캐나다 학생들이니까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당시의 한국 학생들보다는 자식이 호사.. 2022. 2. 10.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21.8.11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적어도 수십년은 세상에서 반복된 것이고 아마도 실제로는 수천년간 계속 반복된 질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질문을 시발점으로 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볼까 한다. 이 질문에 대해 우리가 즉각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 질문의 답은 있다와 없다 중의 하나이어야 할 것같은데도 사실은 둘 다 답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오만한 것이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을 순전히 짐승으로 보는 것이다. 이 질문은 경상도 남자는 착한가라는 질문과 같은 오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부터 생각을 시작해 보자. 인간은 유한하다. 그래서 어떤 남녀관계에도 성적인 순간이 있을 수 있다.. 2021. 8. 11.
꿈의 무모함, 꿈없음의 무모함 21.7.23 꿈은 이래저래 괴로운 단어다. 어른들은 청년에게 자꾸 꿈을 물어보면서 대답이 없으면 종종 너는 꿈도 없냐는 말을 한다. 마치 자기는 좀 더 어렸을 때 확고한 꿈을 가지고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예나 지금이나 그런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꿈따위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도 된다. 꿈이 아직 없는 청춘이 정상이다. 그런데 꿈이 괴로운 단어가 되는 이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정작 어떤 꿈이 있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꿈을 비웃거나 현실적이 되라고 말하면서 그런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어떤 어른들은 꿈을 캐묻고 어떤 어른들은 꿈을 비판한다. 때로는 같은 사람이 둘 다를 하기도 한다. 비판적인 어른들에게 그럼 어떤 꿈이 현실적이냐고 물으면 흔한 대답들은.. 2021. 7. 23.
기성세대의 좁은 시야가 청년들을 힘들게 한다. 21.4.22 최근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나는 3형제중의 막내이며 대학원에 진학하여 박사를 받고 연구직에서 일했었다. 위의 두 형님은 대기업에 입사해서 일했었고 그 중 둘째 형님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램 개발일을 하셨다. 그런데 어쩌다 내 큰 딸과 다른 조카들의 진로를 살피다 보니 아이들의 진로에는 부모의 그것과 놀라운 유사성이 있었다. 우리 딸은 아직 진로를 확정짓지 않았으나 슬금슬금 연구직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같다. 둘째 형님네 아이는 마찬가지로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서 개발일을 하려고 한다. 앱같은 걸 개발하거나 오락을 만드는 일을 이미 하고 있다. 큰 집 아이들은 애초에 대학원 생각은 없었고 일찍 취직해서 회사원이 되었다. 자식은 부모를 따라 산다고 할.. 2021. 4. 22.
청년을 생각하다. 20.9.19 오늘은 1회 청년의 날이다. 기념식 중계를 보니 BTS의 자기 소개가 나오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을 강조하는 기념사를 하고 있었다. 청년이란 대개 20대의 젊은 남녀를 뜻하는 말이지만 나는 청년을 이렇게 생각할 때 청년이란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의 20대들은 다들 매우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청년이란 말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청년의 의미는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20대인 사람 이상의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김연아나 BTS는 나이로 보면 분명 청년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또한 분명히 청년이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들은 기성세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김연아쯤 되면 피겨스케이트계의 지도자이고 BTS도 이제 단순히 일개 가수라고 부르기 .. 2020. 9. 19.
현실론의 조건들 2019.12.27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한다. 나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현실론이란 단어는 실상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의 하나이며 세상에서 아주 남용되는 단어다. 현실론이란게 뭘까? 왜 현실론은 남용되는 단어일까? 왜냐면 현실론이란 말은 대부분의 경우 그저 나의 믿음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현실론이란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현실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설사 현실론이란 이름아래에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말하는 경우에도 현실론을 외치는 두 사람은 모두 이 세상에는 객관적 세상이라는 것이 오직 하나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단지 우리가 정.. 2019. 12. 27.
장래 희망과 장래 욕망 2018.12.17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곧잘 묻는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특별한 악의가 없으며 그저 관심의 표현이라고 믿는 이 질문은 그러나 사실 아이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장래 희망을 욕망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당신의 꿈이 뭐냐고 물을 때는 대개 그렇지 않은 것같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의 꿈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즉 공익적이며 윤리적으로 바람직해야 한다는 암시를 품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너는 장래에 꿈이 뭐냐고 말했다고 해보자.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저는 그저 방에서 빈둥거리며 게임이나 하면서 사는게 꿈입니다라던가 여자친구를 많이 구해서 섹스가 많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아버지가 아 그렇구나라고 대.. 2018. 12. 17.
세심한 선택의 모순 2018.2.22 심리학 실험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여러 포스터 중의 하나를 고르게 한다. 그리고 또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는 여러 포스터 중의 하나를 그냥 준다. 이렇게 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포스터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물어 보았다. 누가 더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시간을 들여서 자기가 좋아하는 포스터를 고른 사람들이 자기 포스터에 더 만족할 것같지만 실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서 포스터를 고른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 포스터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선택의 관습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든다. 선택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을 상상해 보자. 그는 .. 2018. 2. 22.
결혼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2017.7.20 요즘은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해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 수록 기성세대 중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꼭 결혼하라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혼자로서의 경험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나 개인으로서의 생각에서 말하자면 결혼할지 말지 고민된다면 그냥 결혼하지 않는게 옳다고 본다. 결혼에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강력한 결합이고 그 결혼의 유지와 운영은 비록 그 결혼이 이혼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결혼을 했었어야 했다는 강력한 확신에 크게 의지하게 된다. 결혼에 대한 확신이 객관적 상황이상으로 결혼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한다. 확신이 없다면 행복하기 어렵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즉각 물을 것이다. 사람에게 어떻게 확신이 있냐.. 2017. 7. 20.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2015.9.26 우리는 흔히 그 사람 좋은 사람이야 같은 말을 한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 신드롬이라고 불러야할 병도 있다. 내가 말하는 좋은 사람 신드롬이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종종 그 사람은 이용해 먹기 딱 좋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가만히 보면 남에게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말도 못듣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그런 말을 더 많이 듣는 것은 그런 의무감이 없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도대체 우리가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종종 좋은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사람이 되야해라는 의무감을 느낄 경우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때로는 .. 2015. 9. 26.
연애에 서툰 사람을 위하여 2014.12.4 언젠가 한 블로그 방문객이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나는 연애라면 전문가야라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싶지만 저도 수많은 다른 남자들처럼, 그리고 특히 이공계 전공의 남자들은 더하다고 생각하는데, 연애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질 사람은 아닙니다. 굳이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저의 청춘은 찌질했습니다. 사실 청춘은 원래 보잘 것 없고 찌질합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스스로를 찌질한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슬퍼할 것 없습니다. 청춘이란 경험이 없는 것이고 대개는 가진 것도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찌질하지 않을 수가없습니다. 설사 남들보기에 굉장해도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뒤돌아보면 다 찌질한 청춘이기 마련입니다. 어쨌건 저는 어떻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습니.. 2014. 12. 4.
합리적으로 살기 위한 세가지 원칙들 14.6.4 제 블로그의 글들은 대부분 합리적으로 살아간다라는 문제와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아빠가 되고 난 후 과연 합리적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뭘까,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아이에게 뭘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들을 던지게 된 것이 제 블로그의 시작이었으니까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그것을 책들속에서 찾기도 하고, 사색을 통해 과학과 역사와 철학에서 찾기도 했던 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에 그것들을 정리한 것이 바로 합리적으로 살기 위한 세가지 원칙들입니다. 1. 나의 테두리를 인식하라.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삶의 테두리, 사물의 테두리입니다. 합리적이지 못하게 되는 우리의 실패의 대부분은 바로 이.. 2014. 6. 4.
진짜는 거의 공짜로 얻게 된다. 2014.3.12 요즘은 더더욱 많은 것이 상품이되고 그때문에 더더욱 돈이 모든 것의 가치척도가 되는 시대다. 그래서 신문방송도 언제나 경제 경제하면서 돈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진짜로 소중한 것은 종종 공짜로 얻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떤 것이 공짜고 어떤 것은 비싼 것이니 비싼 것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물론 개개의 경우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뭔가를 해준다던가 받는다던가 하는 일은 크게 말해서 두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그걸로 돈을 벌어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당신을 동료로 삼고 가족으로 만들어서 공동의 이익증대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당신이 돈을 지불할 때 당신은 누군가의 고객이 되고 있는 .. 2014. 3. 12.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이유 2013.10.30 들어가며 88만원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은 책들이 대표적이지만 젊은이들의 힘든 삶을 분석하거나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담론은 많다. 그러나 청년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청년들이 살기 힘든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자기가 못나서도 아니고, 원래 청춘은 아프기 때문이 아니고, 월급이 작아서도 아니고, 안정된 직장이 작아서도 아니다. 그런 이유들은 다 옳은 말이지만 진실의 절반이거나 작은 진실이다.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이유로 첫째로 꼽아야 하는 것은 공동체의 붕괴다. 이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모든 해법들은 소용이 없거나 젊은이들의 삶을 오히려 더 힘들게 만든다. 인간의 삶이 살만한 것은 .. 2013. 10. 30.
우리가 꿈이 없는 이유 2013.10.22. 나도 그렇지만 어른들은 종종 어린 아이들이나 청년세대에게 말한다. 너는 커서 뭐가 될것이냐, 너는 꿈이 뭐냐. 이런 질문은 삶에 목표가 없을 때 우리는 방황하게 되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에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는 지를 고민하라는 뜻에서 던지는 것이다. 나는 과연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의도가 올바른 것인지,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아주 명확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절대로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꿈이 있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분명 하루, 한달, 일년 그리고 한 생을 보내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내 꿈은 이거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런게 있다고 해도 그게 정말 꿈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201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