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361 명백한 글쓰기와 장자의 문제 23.7.7 이제껏 글을 쓰면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글을 명백하게 쓰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어떤 스타일의 글쓰기가 더 좋은지에 대해 조언을 받은 적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내 글쓰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성찰을 통해 더 큰 정신적 세계로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그것을 장자의 문제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장자를 읽어보면 기본적 문제의식이 이것이라는 점이 분명히 들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자에는 도를 이야기하거나 작은 세계에서 큰 세계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는 일이 반복된다. 언어로 다 전할 수 없는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은 얼핏 들으면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들리고 그렇.. 2023. 7. 7. 대중적 소개서란 무엇일까? 23.6.21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나 글을 쓰다보면 우리는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만나게 된다. 여기서 일반인이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장기간 그리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데 책을 쓰는 사람은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 이것는 산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산에 다녀온 사람이 그 산이 어떠냐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에 다녀온 사람이 설명하기를 산에 가보면 안다라고 한다면 그건 만족스럽지 못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것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하다보면 말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것은 옳지 않으며 핵심적인 것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전공분야에 대.. 2023. 6. 21.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터넷의 철학을 읽고 23.5.9 미국 버클리대학의 교수였던 휴버트 드레이퍼스가 쓴 인터넷의 철학을 읽었다. 초판이 1999년에 집필되었고 그것을 2008년에 수정하여 2판을 내놓은 이 책은 인터넷을 통한 간접접촉에 대해서 강한 경고를 내놓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이 주고 있는 1차적 메세지는 말하자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중독에서 벗어나서 직접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되겠다. 어찌보면 시시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메세지는 그 시대에 의해서 만들어 진 면이 있다. 월드와이드웹 그러니까 인터넷의 출발초기에는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강렬했고 세상에는 그것이 모든 직접적 접촉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강의는 전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는 회의는 전부 화상 회의나 .. 2023. 5. 9. 주석달린 어린 왕자를 읽고 23.2.14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많이 인용되기에 어린 시절에 한번 안 읽어 본 사람이 없고 설혹 안 읽어 보았다고 해도 얼마전에 읽어 본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주변에 굴러 다니는 책을 보아도 그저 슬쩍 보고 말기 쉽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어린 왕자에 주석을 달아 놓았다는 제목때문이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역자인 김진하가 주석을 달아 놓은 책이다. 나는 독서를 저자와의 대화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덕분에 이 책은 양자대화가 아니라 3자 대화가 되었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역자인 김진하는 이 책을 너무 빨리 읽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석을 읽기 위해 중간 중간에 멈춰서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2023. 2. 14. 조성익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을 읽고 23.1.25 요즘 한국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집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EBS에서 만드는 건축탐구 집같은 프로그램만 봐도 전에 비해 전국에 여러가지 집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주거문화도 발전하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희망어린 시선과 함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진정으로 주거문화의 발전이라고 할만한 변화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위에서 말한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하는 집들은 거의 예외없이 도시의 협소주택이거나 외진 곳에 있는 전원주택이거나 아니면 건축비를 듣기가 무서울 정도의 무시무시하게 비싼 집들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란 어떻게 딱 정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 .. 2023. 1. 26. 연상호감독의 정이를 보고 23.1.20 넷플릭스에서 1월 20일에 공개한 정이를 봤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루하지 않게 봤고 한국 SF도 기술적으로는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생각도 했으며 부족한 제작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래도 양념들은 훌룡한데 핵심은 작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현주의 연기가 매우 훌룡해서 영화를 살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77년생의 미모와 액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의 내용은 긍정을 전제로 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참조해서 읽었으면 싶다. 내가 말하는 핵심이란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문제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정이에서 들어나는 미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뇌복제가 가능한 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있다. .. 2023. 1. 20. 영화 올빼미를 보고 23.1.7 영화 올빼미를 뒤늦게 보고 감동이 식기 전에 몇줄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최근 본 영화중 아바타 2를 포함해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관에서 사라지기 전에 봐서 아주 다행이었습니다. 올빼미는 인조때의 이야기입니다. 인조는 영화 남한산성에서 청에게 굴욕을 당하는 왕으로 나온 왕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에서 주목할 사람은 최명길도 있는데 명과 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라를 구한 인물로 후일 평가되는 사람이죠. 주자학에 빠진 조선의 사대부가 조선을 망쳤다고 할 때 예외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이가 바로 이 양명학을 공부했다던 최명길입니다. 다만 이 영화에 나오는 영의정은 그가 아닙니다. 그는 명과 청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다가 청으로 잡혀가서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인.. 2023. 1. 17. 괴델의 증명 2 23.1.11 아래는 괴델의 증명을 소개하는 두번째 동영상의 대본입니다. 동영상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질문 강국진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괴델의 증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논리적 기호적 수학이 어떤 형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논리적 기호적 수학은 다음으로 이뤄지죠. 부호 또는 어휘, 구성에 대한 규칙, 변형 규칙 그리고 공리들입니다. 여기서 부호는 체스의 말과 같은 것이고, 구성 규칙은 체스판과 같은 것이며, 변형 규칙은 말들이 움직이는 규칙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리는 체스를 시작할 때의 장기판의 모습이었죠. 자 그럼 오늘은 수학원리 시스템의 일부인 간단한 수학적 공리계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왜 이렇게 하는가.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 2023. 1. 11. 괴델의 증명 1 나이젤과 뉴먼이 쓴 괴델의 증명에 대한 첫번째 소개입니다. 동영상은 아래에 있으며 대본은 아래와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질문 강국진입니다. 오늘부터는 나이젤과 뉴먼이 쓴 괴델의 증명이라는 책을 소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독후감은 아닙니다. 이 책 안에 나오는 내용을 재정리해서 괴델의 정리가 어떻게 증명되었는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드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괴델의 정리를 말만 들어봤는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걸 참조하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수학원리에서 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1910년부터 러셀과 화이트헤드는 모순을 가지지 않은 수학의 논리적 전개를 목표로 하는 수학원리라는 책을 출간합니다. 그리고 1931년에 바로 .. 2023. 1. 9.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을 소개하는 동영상들입니다. 앞으로 더 녹음하면 업데이트 합니다. 2022. 10. 19. 월터 카우프만의 인문학의 미래를 읽고 22.8.18 프린스턴 대학교의 철학교수였던 월터 카우프만은 1977년에 인문학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했다. 여기서 저자는 인문학이 표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대로는 인문학의 미래가 어두우며 인문학의 위기는 인류 그 자체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책의 제목은 마치 예언서인 것처럼 들리지만 그렇지는 않다. 이 책에서 그는 인문학의 미래를 예언하기보다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인문학의 미래를 그리며 그것을 만들어 보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말한다. 인문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 카우프만은 다른 무엇보다 먼저 인문학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면 인문학은 점점 더 과학화, 전문화되어 왔는데 그 폐해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이제는 인문학의 목적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문학의 .. 2022. 8. 18.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1권 파인만의 물리학강의는 대학교 일반 물리학 교재입니다. 이번에 그 책을 읽고 소감을 녹음해 봤습니다. 이건 물리학 강의는 아니고 그보다는 물리적 사고에 대한 잡담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 만약 더 많은 강의들도 녹음하게 된다면 이 글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2022. 6. 9. 후안 엔리케스의 무엇이 옳은가를 읽고 22.6.6 후안 엔리케스는 TED 강의들로 유명한 미래학자다. 그가 윤리에 대한 책을 썼다. 그러나 이 책의 의도와 결론은 결코 올바름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모두가 낡은 윤리에 늘어붙어있는 자신을 깨닫고 우리에게 정말 맞는 윤리적 원칙을 찾아내고 수정하기를 바하는 것이다. 우리가 윤리에 대해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윤리는 모두 우리의 인식과 생활의 테두리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테두리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과거와 지금이 다르고 미래에는 더더욱 다를 것이다. 기술적 발전에 의해서 세상이 변해가는 속력이 더욱 빨라지고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어떤 절대적인 근거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 2022. 6. 6. 알프레드 밀리의 자유의지와 과학을 읽고 22.5.11 알프레드 밀리는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철학교수로 과학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짧은 책을 썼다. 오늘은 그 책에 나오는 내용과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자유의지라는 것은 신기한 것이다. 여기 하나의 박스를 생각해 보자. 그 안에는 우리 자신을 포함한 온갖 것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박스 안에서는 온갖 것들이 원인과 결과라는 연쇄를 이루며 일들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아냐고? 글쎄. 경험적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봤을 때 그것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찾으면 언제나 원인이 있는 것같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법칙이 있다고 믿으며 세상을 볼 때 세상은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것이 된다. 예를 들어.. 2022. 5. 11. 드라마 안나라 수마나라를 보고 22.5.9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 수마나라를 보았다. 이 드라마를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소개하고 보고 생각난 것을 써둘까 한다. 먼저 약간 소개를 하자면 이 드라마는 본래 같은 이름의 웹튠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뮤지컬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내게는 그런 형식의 참신성과 전체적 메세지가 이 드라마의 반복되는 주제인 마술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 눈에 띄는 점으로 남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드라마는 볼만한 편이었고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 그러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본격적 뮤지컬이라기에는 음악과 춤의 힘이 좀 약하다. 드라마가 시작될 때 나오는 음악이 가장 인상깊었고 나머지 노래들은 좀 양도 힘도 약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온 킹이나 레미제라블같은 .. 2022. 5. 9. 목적이 없는 철학 2022.3.17 나는 철학책을 틈틈히 읽는 과학도이다. 그런데 철학책을 읽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흔한 오류가 있다. 그 철학적 사색의 보편성에만 너무 주목하는 이 오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변 철학도 사회적 시대적 배경의 산물이지 시공을 초월하는 답이 아니다. 어떤 철학을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절대적 진리처럼 생각하는 것은 마치 무슨 약에 쓰는 치료제인지도 모르고 약을 먹는 것과 같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젊었을 때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잊고 있다. 그들은 철학을 마치 과학처럼 하나밖에 없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로 생각한다. 물리학의 경우 3천년전이건 만년전이건 우리는 자연법칙이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물리학은 이런 의미에서 시공을 초월해.. 2022. 3. 17. 이전 1 2 3 4 5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