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5 나를 찾는 일은 왜 그렇게 힘든가. 나는 누구인가 나아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사용하는 물건들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면서도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정체성의 질문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세상이 복잡하고 빨리 변하는 곳이라서 더욱 그렇다. 반대로 말하면 세상이 단순하고 변하지 않을 때 우리는 정체성의 위기에 빠지지 않고 고민에 빠지는 일도 적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주어진 어떤 답으로 대답되어지고 그 대답은 의문시 되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이상 내가 이전에 내가 알던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세상에 살건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서 성장하고 그 기간동안에는 이런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7살꼬마시절부터 막연히.. 2025. 3. 14. 시국단상 윤석렬이 12.3일 내란을 일으킨 이래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무엇보다 나를 괴롭게 한 것은 현행범으로 잡힌 내란범을 즉각 체포 구금하는 것도 못하고 계속 그들의 헛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계몽을 위한 계엄운운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모욕적이다. 현직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직 대행이 법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도 모욕적이다. 그러나 모욕과 동시에 느끼는 것은 공포다. 마치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대들보에 누가 도끼질을 하고 있는 것같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는 공화근의 기둥이다. 그런데 경찰이나 사법부를 포함한 행정부가 법을 무시하면서 시민들에게 꼬박꼬박 법질서 운운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모욕감과 동시에 공포가 든다. 그들 스스로가 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법질서를 망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 2025. 3. 13. 연결이 사람을 만든다. 사물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두 가지 견해 한 명의 고립된 개인만을 생각할 때 선사시대의 수렵채집인에 비하면 현대인의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는 의식주를 모두 타인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문명 사회라는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선사 시대 사람과 현대인은 소통을 하는 정보 채널 자체가 다르다. 선사 시대 사람들은 고작 구술언어로 소통했고 그나마도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구술언어는 물론 문자언어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TV나 라디오등 전파 매체를 통해서도 소통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소통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늘날 과거에 비해 구술언어를 더 발달 시켰을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2025. 3. 12. 출판에 대하여 나는 두 권의 책 (철학을 하지 않는 닭,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출판한 적이 있고 예측상으로는 이번 달 안으로 새로운 책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출간할 예정이다. 이렇게 몇권이나 책을 쓰고 나니 출판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는 과연 출판이 비지니스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출판은 비지니스다. 수지가 맞질 않으면 출판사는 직원 월급도 줄 수 없고 인쇄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비지니스로 출판을 접근하게 되면 아무래도 소비자의 수요에 따른 공급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전거를 생산해서 파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 방식으로 접근해서 만들어 내는 책이 과연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요즘 생성형.. 2025. 3. 7. 위험한 것과 규칙 세상이 위험하다고 여길 때 우리는 흔히 더 많은 규칙을 만든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초등학교 앞에서는 속도 제한을 하는 규칙을 만들고 빵을 먹고 식중독이 생기면 빵에 유효기간을 표시하라고 한다던가, 어떤 검사를 통과해야 빵을 팔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든다. 누군가가 어떤 것이 위험하니 규칙을 만들자고 할 때 사람들은 대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논리를 이기지 못하는데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주된 이유는 앞에서 든 것처럼 교통사고나 식중독같은 어떤 비극적인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다음번에는 그걸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공감대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아주 많다. 우선 어떤 비극이 슬픈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2025. 3. 4. 플랫폼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 플랫폼 비즈니스는 디지털 경제의 심장이다. 구글, 아마존, 카카오, 배달의민족은 사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며 삶을 편리하게 바꿨다. 그러나 성장의 정점에 오른 이들은 이제 독과점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한때 인간을 위한 혁신이었던 시스템이, 어느새 인간을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로 변했다. 현재는 성공과 모순이 뒤섞인 시점이며, 미래는 AI와 P2P 기술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현재: 독과점과 억압의 시대 플랫폼은 놀라운 효율성을 선사했지만, 독과점에 이르러 빛을 잃고 있다. 배달앱은 그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2023)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의 수수료율은 12~15%이며,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가맹점은 매출의 20%를 잃는다. 서울의 한 식당 주인은 "하루 10만 원을 벌어도 2.. 2025. 3. 2. 청춘의 꿈 가족과 함께 드라마 정년이를 보다보니 청춘의 꿈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년이와 같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았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세계는 대개 내 주변의 친구들이나 혹은 가족이나 친척들로 이뤄진 세계로 어느 세계나 그렇지만 그 세계 안에서 유독 반짝이고 멋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세계의 주인공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외모가 출중하거나 공부를 잘하고 유식하거나 아니면 싸움을 잘하거나 본래 타고나기를 왕자나 공주처럼 태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청춘의 꿈은 유명한 배우나 가수가 된다던가 학자나 부자가 되는 것처럼 당장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작은 세계에서는 누가 봐도 어떤 꿈이든 그 주인공같은 사람들이 먼저 닿을 것같이.. 2025. 3. 2. 우리라는 말의 폭력성 우리라는 말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중에서는 그 말을 폭력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다수는 자신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스스로를 민주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면 그들은 우리라는 말이 가지는 폭력성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모든 일에 우리를 집어넣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에는 중국집에 가서 식사를 시킬 때 우리 짜장면 하나 짬뽕 하나 시켜서 나눠먹자라고 말하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라나는 세대들을 마치 천연자원처럼 생각하며 국가가 의사나 군인이나 이공계 학생이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일까지 여러 차원에서 벌어진다. 사소한 예에서 시작해 보자. 왜 중국집에 가서 우리 이렇게 시키자라고 하는 것이 폭력적일까? 사실 이 말 자체가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2025. 2. 24. 지식이라는 상품 지식은 오늘날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그리고 지식을 데이터라고 부르던 기술이라고 부르던 정보라고 부르던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식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상품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걸 복제하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mp3 음악파일은 수만번 수백만번 복사해도 재료비가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식이라는 상품과 기존의 자동차나 콜라같은 상품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물론 이 차이는 진짜다. 하지만 이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은데도 지식과 물질로 된 상품의 차이가 커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그 상품으로서의 지식에는 반드시 그걸 둘러싼 환경이나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단 이것에 주목하게 되면 우리는 물질로 된 상품에 있.. 2025. 2. 17. 생산하는 AI와 소통하는 AI AI는 생산하는 기계이면서 동시에 소통을 위한 미디어 이기도 하다. 이 두가지는 모두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AI를 생산을 위한 기계로만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AI기술이 생산을 위해 사용되면 될 수록 AI가 소통을 위한 미디어라는 점은 더 더욱 부각될 것이며 AI가 소통문제를 크게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AI 기술이 생산 기술로 사용되는 것에도 한계가 있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제 아무리 마술처럼 AI가 생산을 하는 기계라고 하더라도 생산은 반드시 소비라는 문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생산은 인간이 하건 AI가 하건 그걸 유통시키고 소비시켜야 가치와 의미가 있다. 자동차나 건물을 순식간에 수만대, 수만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소비할 수 있는 길이 없으면 그건 그냥 자원낭비.. 2025. 2. 16. 소크라테스의 글쓰기 비판 플라톤의 파이드로스는 문자로 기록된 책이지만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글쓰기를 비판하게 하고 있다. 그 비판이 무엇인가를 듣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이 시대가 구술문화가 문자문화로 전환되는 시대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말하기의 방법인 수사학이 소피스트에 의해 가르쳐 지는 시대였다. 그러므로 문자 문화의 소산인 철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조차도 아직 구술문화적 전통을 어느 정도 당연시 하던 때이고 뒤집어 말하면 우리만큼 문자에 중독되어져 있지 않았던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파이드로스에게 말한 글쓰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소크라테스는 다른 무엇보다 글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글이란 마치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는 녹음기처럼 누가 읽.. 2025. 2. 7. 최후의 전쟁 성장과 소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세계는 최후의 전쟁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최후의 전쟁이 반드시 많은 사람을 죽이거나 인류를 멸망시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아는 자본주의는 끝낼 가능성이 크다. 아니 뒤집어 말하면 만약 자본주의가 가까운 시일내에 끝나지 않는다면 그건 최후의 전쟁이 아니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성장으로 자본주의의 수명은 연장되고 최후의 전쟁은 더 뒤에 오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의 핵심은 생산력을 높여서 그것으로 부자가 되고 성장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소비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거의 공짜로 금을 마구 생산하는 기술을 만든다면 먹어서 없어지지도 않는 금의 값어치는 폭락할 것이다. 실제로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의 발달.. 2025. 2. 5. 글쓰기에 대한 선입견 세상의 말들은 다 어느 정도 선입견이 붙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글쓰기라는 말에 나쁜 선입견들이 붙어 있다. 그 선입견들 중의 하나는 글쓰기가 인문학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란 국어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라던가 소설가나 시인이 가르치는 거라는 느낌이랄까. 만약 여러분이 복지센터에서 글쓰기 교실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면 많은 분들은 아마 그 강사가 소설가이거나 인문학자라고 생각할 것이고 글쓰는 요령이 이러저러하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글쓰기와 과학자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이 곧 사고이고 사고가 곧 글이다. 인간의 사고는 적어도 대부분 언어로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인문학이라는 생각은 마치 사고는 인문학적으로만 하는게 당연하다는.. 2025. 1. 31. 자동차로 생각해 보는 AI 대중화의 조건 세상의 물류는 철도가 나온 이래 크게 변했다. 그때까지는 물길을 따라 배에 물건을 싣고 물건과 사람을 나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육로 수송은 느리고 비쌌다. 그래서 물길이 없으면 상업이 번성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철도가 들어서자 사람도 물건도 혁신적으로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고 물류가 달라지자 도시의 번성 조건도 달라졌다. 한마디로 제약이 줄어든 것이다. 19세기 철도 대중화는 엄청난 철강 수요를 만들었고 영국이나 미국은 전국을 철도로 뒤덮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약의 감소는 자동차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극적으로 일어난다. 자동차는 도로를 따라 개인들이 각자 원하는대로 움직인다. 기차처럼 정해진 길만 가지 않을 뿐더러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기차는 말하자면 집단으로 움직이.. 2025. 1. 30. 경제학의 짧은 역사와 미래 세계의 경제 역사를 요약하는 한가지 방식은 그것을 생산과 소비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세부사항이 달라짐에 따라 그걸 다루는 방식인 경제학의 입장도 달라져 왔다. 우리는 경제학의 역사를 전근대- 산업혁명 시대 -제국주의 - 복지국가의 시대로 나누고 우리가 지금 어디로 달려가는가를 고민할 수 있다. 먼저 전근대의 농업 기반 사회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때를 언제나 생산이 부족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의 생산은 주로 농산물이었고 전쟁이나 가뭄, 질병등으로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고는 했기 때문에 과잉생산이라는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때는 인구를 늘리고 농산물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만이 유일한 경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경제학이라는게 이때 있었다면 경제학은 그냥 생산을.. 2025. 1. 28. 철학의 부재 그 자체가 위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지금의 삶의 방식 즉 근대적 삶의 방식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대개 뭔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에 멈출 뿐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생태주의라던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던가 실존주의라던가 하는 20세기이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사상들은 근대적 삶의 방식이 문제를 가졌다는 지적을 하기는 하지만 근대 사회를 대체할 대안적 사회를 제시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있다. 이런 사상들은 대개 개인들의 내적 성찰과 윤리적 반성을 촉구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새로운 사회가 올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예를 들어 문명 사회 이전에 존재했던 수렵 채집 사회를 생각해 보자. 인구가 증가하고 수렵 채.. 2025. 1. 27. 이전 1 2 3 4 5 6 ··· 1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