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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78

우리들의 보통 영웅 예전에 한국에서 황비홍이란 홍콩영화가 크게 인기가 있었다. 이연걸이 나오는 황비홍에서 주인공이 악당들을 멋지게 무찌르는 장면을 신나고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왕가위 감독이 송혜교도 출연시켰던 일대종사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도 그런 영화다. 브루스 리의 스승으로 유명한 엽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도 여러가지 슈퍼영웅이 등장해서 무술을 선보인다. 하지만 사실 무술의 고수가 등장한다는 설정이 있을 뿐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서양의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은 영화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만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한껏 대단한 무술의 고수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영화가 단순히 거짓말은 아니라는 정당화를 해볼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사실 허무하다. 현실에서는 인간의 육체가 내는 힘은 총칼을 당하지못.. 2013. 7. 22.
미국이라는 관념의 몰락 2012.3.8 미국 뉴욕에 살때 기이하게 생각했던 일중의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3배가까이 크고 돈도 많은 일본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미국에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호주며 캐나다 이야기를 들어봐도 영어연수로 유학으로 온 한국사람들이 넘쳐난다고 하고 주변의 교수며 친인척중에도 기러기 아빠가 그리 어렵지 않게 보인다. 그뿐인가 한국에서 교수를 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미국에서 학위를 한 사람들이다. 한국의 우파지지자들이란 자칭 타칭 친미파로 광화문에서 성조기를 흔들기도 한다. 사실 미국이 어떤 의미로건 위대한 나라인 면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은 세계를 지배한달까, 세계를 이끈달까 하는 대제국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김광.. 2012. 3. 8.
가족모임이란 재미없는 것인가 2011.12.12 철마다 명절이 오면 저를 짜증나게 하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명절때문에 시달리는 주부들에 대한 기사들입니다. 명절이 여자들에게 쉽다고 생각해서 그런 기사를 짜증나하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때만 되면 마치 복사라도 한 것처럼 똑같은 내용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써대는 그 기사들은 어쩌면 그저 명절따위 없고 가족모임따위 안하는게 좋아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 말을 못해서 자꾸 돌려말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큰 문제가 한국 사람들은 놀 줄을 모르고 놀 환경은 어떤 면에서 더 나빠져가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저같이 놀 줄 모르는 사람이 봐도 그렇다는 것은 심각한 것입니다. 권장할만하지 않으나 실상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절풍경은 이렇습니다. 방마다 가득찬 사람들.. 2011. 12. 12.
인사동, 대학로, 진정한 문화. 10.8.2 이번에 인사동과 대학로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친지방문차 한국을 짧게 방문했는데 인사동과 대학로에서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인사동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던 아내는 흥분된 목소리로 인사동이 참 좋아졌다면서 와서 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사동에 도착해서 거리의 사진을 몇장찍고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아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맘은 금새 인사동의 오늘날의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인사동에서 대학로로 자리를 옮겨 한 민속주점에서 동동주와 파전을 시켜먹으면서 술을 마셨습니다. 민속주점을 가면 대학시절이 생각나기 때문에 외국 생활을 많이 한 저같은 사람은 서양식 주점보다 민속주점이 더 맘에 들게 됩니다. 민속주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여러.. 2010. 8. 2.
우리 것이 소중한 이유 10.6.4 머릿말 우리의 것이 소중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로 말할 것이다. 나는 몇 개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사람으로서 그것을 한국의 정치며 문학이며 학문과 관련하여 말해보고 싶다. 문화의 자명한 성질 하나 머릿속에 홍콩 무협 영화를 떠올려 보라. 그리고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를 생각해 보라. 마지막으로 미국의 슈퍼맨영화나 다이하드 같은 액션 영화 혹은 서부 영화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누군가 이 세가지의 영화들을 말하면서 그것들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논한다고 하자. 그같은 논의는 분명 나름의 문맥에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영화 일본영화 미국영화란 어떤 것인가를 논하고 중국 영화 일본영화 미국영화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기에는 크게 미흡할 것이다. 똑같이 칼로 .. 2010. 6. 4.
우울한 한국방문 2010.1.22 한국을 방문해서 부모님과 밀양지역을 여행다녀왔습니다. 밀양의 공기나 아름다웠던 저수지, 재미있었던 찜질황토방 민박집은 기억에 남지만 동시에 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행동안에 어머니로 부터 이런 저런 친인척들의 일을 전해 듣거나 각종 식당이며 온천의 서비스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꽤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들은 것은 전체적으로 말해서 사람들의 무신경함과 원칙없음이 느껴지는 소식들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사람들이 좋다 나쁘다, 선하다 악하다라는 구분과 기준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시대입니다. 즉 누가 누구를 가슴아파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하냐 선하냐를 따지는 것이 대개의 경우 별로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선한 의도를 가졌.. 2010. 1. 22.
음악과 사회의 진보 2009.12.5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쓴 책, 부분과 전체를 보면 세계 2차대전이 터지기 전의 독일 청년들의 모습들이 나온다. 하루는 그들이 고성에 모여서 혼돈된 당시의 사회현실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그것은 저마다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고 반박을 하는 식의 집회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비록 모두의 순수한 열정과 선의가 느껴지기는 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어떤 일관성있고 통일된 곳으로 핵심적 논의가 흘러가기는 커녕 논의가 분열되고 제자리를 맴돌고만 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분명해 졌다. 저자에게 이것은 대단한 고통을 주는 일이었는데 이때 이것을 한 첼리스트가 해결해 준다. 그가 음악을 연주하자 모두의 마음에 어떤 공감대가 떠올랐으며 그 이후 토론은 보다 통일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다. 철학자 칼 포퍼는 .. 2009. 12. 5.
선비라는 소프트웨어 2009.11.15 머릿말 문화 산업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말은 나온지 오래다. 그러나 사람들은 문화의 근간이 무언가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문화상품의 성공을 위해 표면적인 기술적 문제에 집중하는 일이 많거나 그것은 홍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산업으로서의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약화할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발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문화의 근간 문화의 근간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답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먹고 입고 어떤 가치판단을 하면서 어떤 규칙을 가지고 사는게 좋은가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문화고 문화상품은 그 답을 함축하고 있어야 가치가 있고 심지어 상업성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나 소설을 보자. 인간이 나오지 않는 .. 2009. 11. 15.
한국문화에서의 개인의 실종 2009.11.2 한국문화에서의 개인의 특징 언젠가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가 아내가 여명의 눈동자를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펄쩍 뛰었다. 아니 아는 사람은 해방이후 최고의 드라마로 꼽는 여명의 눈동자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래서 여명의 눈동자를 구해서 얼마간 같이 보았다. 여명의 눈동자의 극본을 쓴 사람은 송지나씨로 김종학 PD 와 함께 모래시계도 만든것으로 안다. 같이 보다가 보니 느껴지는게 있다.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은 시대적 변화앞에서 무력하게 흔들리는 개인들이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사람들이지만 역사앞에서 무력하게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에는 사무라이 정신이라는게 있고 미국에는 개척자정신이라는게 있다. 나는 그게 거리에서 얼마나 보이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2009. 11. 2.
문명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과 한국 2009.10.16 문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일까. 불의 사용? 언어의 사용? 농업혁명? 산업혁명? 문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생각의 교환과 축적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간의 지능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식을 축적하는 능력이다. 인간 하나의 능력은 동물보다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인간은 집단으로 대를 이어 지식을 축적하여 문명을 쌓아올렸기에 지금의 차이를 보이게 된것이다. 문명의 가장 초기의 기록중의 하나는 바로 돌도끼다. 그럼 돌도끼를 쓰기만 했으면 그게 문명일까? 그게 아니다. 심지어 돌도끼도 표준화가 일어난다. 즉 누군가가 돌도끼를 썼는데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배우고 비슷하게 돌도끼를 만들었다. 결국 쓰기 좋은 돌도끼가 손쉽게 만들어 지는 환경.. 2009. 10. 26.
한국에 있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2009.9.13 나는 한국에 있어서 가장 남용되고 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가족의 범위를 한없이 넓힘으로서 가족의 의미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비합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호형호제를 하고 아버지처럼 아들처럼 주변 사람을 대하고 모신다. 그걸 단순히 그저 친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친한것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죄를 저질렀을 때 아들은 아버지를 신고해야 할까 아니면 아버지를 숨겨주고 자신이 벌을 청해야 할까. 나는 후자가 옳다고 본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사회적 도덕과 법률의 벽을 넘어서서 한몸으로 지내는 것이 천륜이고 가족이다. 물론 세상에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독립된 개인.. 2009. 9. 13.
한국여자는 충성심이 없다? 2009.4.2 한국에서‘여자들은 충성도가 낮다’라는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직장에서 진급에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육아나 가정이나 본인의 상황에 따라 직장에 대한 충성심을 저버리는 존재로 그야말로 쓸 만하면 가버린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하여 여성들의 대응이 ‘그렇지 않다’라고 반응하는데 있다. 많은 평균적 평가란 사실 ‘환상’이다. 사람 하나하나로 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 마치 어느 나라 남자들은 바람둥이다라던가 신사라던가 하는 평가가 아무 의미도 없는 선입견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성의 직장충성도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으로 보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서 ‘책임감’이나 ‘충성심’ 따위가 남자와 .. 2009. 4. 2.
나는 너를 뭐라고 부르는 가. %이 글은 12년전에 쓴 것입니다. 지금은 이보다 좋기를 바랍니다. 2009.4.2 한국에서 학회일로 사람들을 만날때의 일이다. 어떤 박사과정 말기쯤 되는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해주었다. 나는 처음 본 사람이니 당연히 존대어를 쓰면서 이야기하는데 한 교수가 나에게 그럴거 없다는 듯이 ‘아직 박사과정 학생입니다.’라고 말해 준다. 그 말이 참 이상하게 들렸다. 이 사람이 1년쯤 지나 박사를 받으면 갑자기 나와 동등해지고 지금은 이런저런 잡일을 시키며 반말로 무시해도 된다는 뜻일까? 학생이 졸업을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걸까? 옛날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가 대학교 4학년때 제주도 여행을 했었다. 제주에서 한무리의 대학생을 만나는데 인상좋게 생긴 한 대학생이 대학교 학번을 묻더니 자기는 2학년.. 2009. 4. 2.
역사와 투쟁의 해석 2008.6.19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에서 다이하드나 러셀웨펀 그리고 미션임파서블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영화들에는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하다. 서사의 핵심은 선이 악과 싸워 무찌른다는 것이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악이 별 다른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악인가. 그냥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혹은 미치광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 만화에서 분명한 선악구도가 들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모노노케 히메 같은 이야기처럼 전쟁은 그저 조화의 깨어짐이고 나쁘게 말해봐야 권력투쟁일 뿐이다. 일본의 이야기구조속에서는 흔히 악이라고 불릴만한 존재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그것이 극대화 되서 나중에는 선악이 구분할 수 없어진다. 전쟁이란 그저 권력다툼일뿐 선과 악을 논할 이야기가 아니.. 2008.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