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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78

목적이 있는 삶, 한국인의 삶 요즘 한국을 말할 때면 빼놓지 않고 언급하게 되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노인들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률이죠. 이 두가지 사실은 물론 그 자체로 충분히 심각한 것입니다만 한국을 한국답게 만드는 것이 뭔가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더욱 의미심장해 보이는 사실들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한국 답게 만드는 것이 그럼 뭘까요? 저는 한국을 가장 한국 답게 만들어왔던 것은 바로 효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효의 문화야 말로 한국을 지배해 온 강력한 이데올로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인간답다라던가 좋다라고 말할 때 그 말은 그 사람이 자식을 아끼는 사람이거나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가능성이 컸었습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말입니다. 그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뭔지를 .. 2021. 3. 19.
과거를 보는 일본, 미래를 보는 한국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적인 나라다. 나는 그 나라에서 10년이상을 살았는데 그 나라에는 알게 모르게 끝없이 세뇌적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바로 "변하지 않는 것이 뭐가 나빠?"라는 말이다. 즉 왜 변해야 하는가,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보수적 목소리다. 이 목소리는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광고에서 전통에 대한 강조를 통해 계속 나온다. 마치 세뇌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이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빨리 변해온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온 사람에게는 때로 상쾌하게 들리기도 하는 메세지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한국은 변해야만 산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진행된 개혁들로 인해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있다. 그 결과중의 하나가 엄청나게 낮은 출산률이다. 출산률이 낮은 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 2021. 3. 11.
일본이 해야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요즘 위안부 논문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그런가 하면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 뻔한 문제가 자꾸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사과나 배상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누구의 무지인지 의도인지 모르게 문제의 핵심이 사과나 배상인 것으로 계속 보도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핵심이 잊혀지는 겁니다. 그럼 핵심은 뭘까요? 핵심은 역사 그 자체입니다. 역사를 인정하고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하고 그걸 가르치는 겁니다. 사실 그것에 비하면 총리가 머리를 숙였다거나 배상을 몇억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정말 아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설사 배상이 중요한 것.. 2021. 2. 22.
일본의 어른, 한국의 어른 12.2.18 살다보면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어떤 말이 자꾸 떠오를 때가 있다. 오늘은 아내를 기다리며 차에서 가나이 마키라는 일본작가가 쓴 술집 학교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시시하다와 어른스럽다라는 말이 자꾸 내 머리에 떠올랐다. 이 책이 시시하다거나 어른스럽다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이 책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작가의 책을 읽을 때와 한국작가의 책을 읽을 때 어른스럽다라는 단어가 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책에서 어른스럽다라던가 철이 들었다라는 것은 어느 정도 체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같다. 그러니까 인생을 생각하면 장미빛을 상상하지말고 인생이란 좋은 일도 있지만 본래 나쁜 일 투성이라.. 2021. 2. 18.
황화론과 세계의 미래 2021.1.19 2020년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세계적인 사건은 코로나 19의 유행이겠지만 지난 20년동안 있었던 사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들자면 그것은 아마도 중국의 부상과 위협일 것이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래 일본을 경제규모 3위로 끌어내리고 2등을 차지한 후 엄청나게 몸집을 키웠다. 중국은 이제 미국을 넘어 세계를 위협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미국이나 유럽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중국이 이미 얼마나 대단해 졌냐를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부상과 일본의 몰락 역시 조만간 이 중국의 부상만큼 이나 큰 사건이 될 것같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극동아시아의 미래를 넘어 세계의 미래를 바꾸는 더 대단한 사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인식하기 위해.. 2021. 1. 19.
문화의 보편성과 미래 한국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가치관 전반에 걸쳐서 서구문화는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건 자유민주주의건 지금 세계에 널리 퍼진 정치 이데올로기들은 대개 서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의 세계는 서구 문화가 크게 발전시켜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해서 지금의 세계는 서구 문화가 실패하고 남긴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이라고 주장되던 서구 문화는 사실상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고는 거의 어디서도 온전히 성공한 적이 없는 것같다. 이제까지 서구권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던 일본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제대로 보편성을 가진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문화의 보편성이란 그 문화가 널리 공감을 받을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의 문.. 2021. 1. 9.
한국인처럼 살기 한국인처럼 산다는 것이 뭘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체계적인 한국학이다. 한국학이란 한국인처럼 산다는 것이 뭔지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한 개인의 체험의 한계를 극복해서 한국인처럼 산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이보다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한국문화와 외국 문화의 접촉이 많이 일어나서 대대적으로 데이터가 생산되는 일이다. 타인을 모르면 나를 알 수 없다. 한국인이 한국만 들여본다고 한국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데이터가 거의 없다면 그 데이터를 모아서 연구를 한다고 해도 핵심은 빠지기 쉽다. 그래서 지금처럼 한국 문화가 외국에 많이 수출되고 그것이 외국인들.. 2020. 12. 30.
한국과 문화의 힘 그리고 생존의 문제 2020년은 한류의 힘이 크게 화제가 된 해였다. 이것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관점에 따라 우리의 성공은 충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기회는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한국의 문화적 성장은 그저 잘되면 좋은 것이 아니다. 충분한 문화적 힘이 없을 때 한국은 조만간 생존의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한국은 이제 진짜 선진국이 되던가 아니면 몰락을 해야 한다. 성장하지 못하면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2020년에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이 이야기를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하고 나중에 일본과 중국을 옆에 둔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찌기 2002년에 조지프 나이는 그의 책 제국의 패러독스에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2020. 12. 28.
국뽕의 역습 2020년이 끝나간다. 올해를 말하는데 있어서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국뽕이라는 말도 상당히 중요하다. 코로나 세상에서 한국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세계에서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위 국뽕이라고 여겨지는 게시물이나 방송이 한국사회를 뒤덮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 컨텐츠들인데 유튜브에는 지금 스스로도 국뽕방송이라고 인정하는 유튜버 채널이 꽤 많다. 이는 그런 컨텐츠들이 큰 조회수를 얻기 때문이지만 상대적으로 공중파방송이나 신문같은 기성미디어가 국뽕컨텐츠를 굉장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성체제가 국뽕 컨텐츠를 전달해줄 정보채널을 필요하게 만들고 있다. 2020년에 한반도를 뒤덮고 있던 보편과 특수의 구도는 크게 흔들렸다. 우리는 보편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특수에 .. 2020. 12. 26.
새로운 꿈과 새로운 한국 역사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요즘의 한국은 여러모로 한 시대를 끝내고 미래로 나가는 시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핍은 욕망과 꿈을 만든다. 한국은 해방후 극빈을 면하고 싶어서 고깃국에 쌀밥먹는 꿈을 꾸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그랬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자식들인 베이비붐 세대도 결핍이 있었고 꿈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꿈이고 상식의 꿈이다. 국제적 보편성을 가지지 못하고 상식이 무너지는 봉건적 독재적 사회가 베이비붐 세대는 싫었던 것이다. 이 두 개의 꿈은 각각 국제시장이나 1987같은 영화들을 통해 이야기로 구체화된 적도 있거니와 지금의 한국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꼭 알아야 할 두 개의 흐름이고 보통 보수와 진보로 통칭되기도 하면서 한국 정치의 양.. 2020. 12. 20.
은혜를 갚는 사람과 의로운 사람 오늘날 한국사람은 은혜를 갚는 사람의 문화와 의로운 사람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한국 내부의 사람들도 겪는 문화적 차이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은 한류의 인기비결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각각의 문화는 내부적 눈으로 볼 때 당연한 것으로만 보인다. 이 문화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 두 개의 문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일본인은 유달리 빚지기를 싫어하고 조심스러워 한다. 일본 윤리의 핵심은 은원관계이다. 이는 일본 문화 이야기를 하면 꼭 언급되는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도 나오는 내용이거니와 사실 그 책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미 70년전에 나온 것이고 엄밀히 말하자면 일본의 젊은 세대는 좀 다른 .. 2020. 12. 13.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 최근에 손흥민 선수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축구선수는 경기가 끝나면 팬서비스로 경기중에 입었던 옷을 관객에게 주는 일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손흥민은 유독 아이에게 옷을 주는 일이 많아서 그런 일만 모아서 동영상을 하나로 만들었더군요. 아이를 사랑하는 손흥민이라고 말입니다. 어린 아이를 보면 귀여워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아주 흔하게 보는 광경입니다. 얼마전에 본 BTS의 동영상도 그걸 보여주더군요. 팬미팅 장소에 나타난 9살짜리 팬을 보며 BTS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같았습니다. 아이를 사랑하고 노약자에게 친절하라는 것은 세계적 보편 윤리입니다. 아니 윤리이전에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피라는 것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된 종의 유전적 특징이고 대를 이어 문화와 문명을 .. 2020. 12. 7.
이용할 나라와 존경하는 나라 1982년에 제작된 미국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그들이 그린 미래에서 일본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길가의 가게도 일식을 팔 뿐만 아니라 거리의 간판도 일본어로 덮여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일본은 급성장했고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이 세계를 정복할 것처럼 그 위세는 대단했다. 1988년에 제작된 액션영화의 고전 다이하드 1에서 액션이 벌어지던 빌딩이 미국에 있는 것이지만 일본회사의 소유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문화적으로도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었으며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는 1963년에 미국 빌보드에서 일본노래로 1위를 차지해서 요즘 BTS가 빌보드 1.. 2020. 12. 2.
이용할 나라와 존경하는 나라 1982년에 제작된 미국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그들이 그린 미래에서 일본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길가의 가게도 일식을 팔 뿐만 아니라 거리의 간판도 일본어로 덮여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일본은 급성장했고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이 세계를 정복할 것처럼 그 위세는 대단했다. 1988년에 제작된 액션영화의 고전 다이하드 1에서 액션이 벌어지던 빌딩이 미국에 있는 것이지만 일본회사의 소유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문화적으로도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었으며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는 1963년에 미국 빌보드에서 일본노래로 1위를 차지해서 요즘 BTS가 빌보드 1.. 2020. 12. 1.
카레와 찌개 그리고 나베 나는 맛의 달인이라는 일본만화를 좋아한다. 1983년이래 107권이 발매되고 일본에서 역사상 5번째로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는 이 음식만화는 일본의 음식은 물론 서양과 한국의 음식에 대한 소개도 나오는 만화다. 비록 본격적인 다큐나 문화소개서같은 정밀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재미있고 사실적인 정보가 많아서 여러번 봐도 배우고 느끼게 되는 면이 또 있다. 때로 그것은 심지어 이 만화를 집필한 사람도 깨닫지 못하는 면이 아닐까 싶은 것이 있는데 아무래도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서로 다른 면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만화의 24권은 카레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을 최근에 다시 보면서 나는 내가 인도음식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일식이나 한식이란 어떤.. 2020. 11. 30.
일본의 라면, 한국의 라면 나는 일본에서 10년을 살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일본의 라면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사실 똑같이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뿐 일본의 라면과 한국의 라면은 아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것같아 오늘은 그에 대해 좀 써볼까 한다. 세상에 워낙 많은 종류의 라면이 있으니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한국과 일본의 라면이 가지는 차이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라면은 요리사의 라면이고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라면이다. 반면에 한국의 라면은 가정의 라면이고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라면이다. 보통 라면을 소개하면 사람들은 그 역사적 전개를 말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라면이 일본에 와서 발달했고 그것을 삼양라면이 가져와서 한국에서.. 2020.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