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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228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생각들과 여유 16.11.4 책장에서 책을 꺼내 20세기 철학의 양대조류인 현상학과 분석철학의 이야기를 조금 읽었다. 읽다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가지의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 두가지 방식이란 시스템 바깥쪽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과 시스템 안쪽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말한다. 이 두개의 방식은 언뜻 생각하면 그리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실은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고 보이지 않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 서로 충돌하게 되며 종종 오해받고 있다. 시스템의 안쪽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이란 이 세상을 관찰하고 그렇게 관찰된 결과들을 잘 정리하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이것은 어떤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유일한 관점처럼 들린다. 예를 들어 관찰하고 정리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가. 그렇다면 과학너머.. 2016. 11. 4.
남에게 실망하기 16.10.24 우리는 때로 타인에게 실망한다. 친구에게 실망하고 가족에게 실망하고 정치가에게 실망하며 일반론적으로 한국인이라던가 일본인이라던가 미국인들에게 실망하며 나아가 아예 인간에게 실망이 들 때도 있다. 실망을 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해석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짓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도 지독한 짓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괜찮아 보이는 선생님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선생님이 나를 괜찮게 평가해 주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런 평가가 나도 그리 나쁜 사람, 나쁜 학생은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선생님이 만약 너는 참 안되겠구나 하는 표정을 나에게 지어 보인다던가 아예 흥분해서 너는.. 2016. 10. 24.
이기적인 사람에 대하여 16.10.5 이기적이라는 말은 나만 안다는 뜻이다. 이기적이다라는 표현만큼 세상에 흔한 것이 없지만 실상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이기적인 사람이란 세상에 하나도 없거나 정신병원에나 가야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가 아주 중요하면서도 아주 쓸모 없는 잘못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기적이라는 말의 현실적 의미를 알기 위해서 행복의 원이라고 하는 개념을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식의 테두리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그 원안에는 우리가 우리의 행복에 관계된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그 테두리 안에는 대개 육체의 즐거움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아프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자기 얼굴이 잘생기거.. 2016. 10. 5.
미친 광인과 삶의 형식 16.8.23 살다보면 참 자유로운 사람들을 본다. 물론 자유로운 사람이란 애매한 표현이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소박한 의미다. 즉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얽매이는 형식이나 관습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들을 말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종종 불안해 진다. 그 한가지 이유는 유명한 선사라던가 정치가, 예술가중에는 유달리 그렇게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종계열의 불교가 전통적으로 있어왔고 거기에서 형식을 깨라는 원칙에 따라 파계승처럼 행동했던 전설들이 많이 이야기되다보니 그런 것도 있는 것같다. 어찌보면 고기먹고 술 안먹는 중은 득도를 못해서 그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깨달음을 얻은 중이 파계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흔하다. 옛 이야기를 할 필요.. 2016. 8. 23.
사람의 일 16.7.22 우리는 법이니 윤리니 철학이니 정치니 하는 분야에서 여러가지 말들을 만들고 세상일을 논하려 하지만 만가지의 말이 한순간의 체험에 미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계속 경험한다. 우리는 시민의 법을 따지고 자식과 부모의 윤리를 따지지만 사람의 행동이란 참으로 비논리적이다. 우리는 따지고 보면 만난지 얼마 안된 사람에게 사랑을 느껴서 죽니 사니하고 집착을 하지만 수십년을 알고 지낸 친 혈육도 인연이 끊어질 때는 한 순간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달콤한 환상에 젖어 있지만 죽을 병에 걸려서 투병하는 환자가 있어 본 집에서는 그런 극한의 체험은 우리의 내부를 파괴한다는 것을 안다. 3년 병수발에 버티는 효자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겪어보면 경우에 따라 3년이 아니라 3주를 버티는 것도 대단.. 2016. 7. 22.
어떻게 살 것인가 16.7.1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당연한 질문이면서 누구도 이것이 그 질문의 최종적 답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이 질문을 너무나 오랜동안 하지 않는다. 마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이렇다. 사는 일은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 우리가 읽거나 쓰고 있는 삶이라는 책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 커녕 우리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의 구절을 끝도 없이 반복해서 읽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거나 아무리 책을 참고 읽어도 계속 무의미한 말들만 반복해서 나오는 것같다며 불평하게 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그 .. 2016. 7. 1.
오늘을 살자라는 말에 대한 착각 16.4.28 오늘을 살자라는 말은 저도 좋아하는 말이고 누구나 몇 번은 들었을 법한 유행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좋은 말이라는 것은 옳은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이 말의 반대말인 오늘만 생각하지 말자라는 말도 좋고 옳은 말입니다. 게다가 오늘도 생각하고 내일도 생각하는 중용을 지키자라는 말도 옳은 말입니다. 이쯤 되면 도무지 오늘을 살자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내가 화끈하게 쏜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정말 매일 화끈하게 쏘다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을 살자라는 말이 비슷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을 살자라는 말이 어떻게 흔해졌는가에 대해 역사적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누가 이 말을 처음 했던지 간에 저는 이 말이 내일을 위.. 2016. 4. 28.
똑똑한 것과 바보같은 것 16.4.14 현대인들은 수없이 많은 이미지들과 정보를 접한다. 그걸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렇게 살고 있는데 나만 그것을 거부하면 우리는 세상에서 점점 소외될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소외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좋지 않다. 말도 안되는 막장드라마나 웃기지도 않는 가수들이라도 때로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내정치에 무관심해도 사내정치에 무지하면 호된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이런 초정보화 환경에서 살도록 진화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은 매일 매일이 단조롭고 똑같으며 소수의 친숙한 사람들만을 만나며 사는 곳이었다. 일들이 많이 그리고 정신없이 빠르게 일어나는.. 2016. 4. 14.
허세의 두려움 16.3.13 허세란 겉껍질뿐이요 진짜 나와는 다른 것을 나로 알거나 나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허세가 있다.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허세다. 왜냐면 진짜 나를 알아야 뭐가 허세일지 알지 않겠는가. 내가 허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두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그것이야 말로 허세다. 거지같은 복장에 기행을 일삼으며 나는 솔직하게 산다고 하는 사람도 나는 사실 이렇게 남이 못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하는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미묘하고 깊은 곳에 있는 허세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허세는 만들어진다. 사람이란 사람을 신경쓰게 태어나는 존재라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왕이면 나의 좋은 면, 잘난 면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 2016. 3. 13.
장자의 빈배와 우리들의 문제 16.1.15 장자 산목편에 보면 빈배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그 배에 부딪쳤습니다. 그런데 떠내려오던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 가지 못하겠느냐고 합니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결국 세번째 소리치는데 그 땐 반드시 욕설이 따르기 마련.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 하겠습니까? (오강남역, 장자, 388p) 이 이야기는 대개 욕심을 버리고 빈 배처럼 살아가라는 뜻으로 인용된다.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건 빈 배냐 사람이 탄 배냐에 따라 우.. 2016. 1. 15.
사소한 일상과 우리의 착각 15.12.2 우리는 그냥 세상을 보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세상에 의해 훈련받는다. 그리고 그 훈련때문에 우리는 뭔가에는 민감해지고 뭔가에 대해서는 장님이 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흔하고 중요한 예는 우리의 삶 자체일 것이다. 우리는 때로 단지 이사를 한 것 뿐인데 큰 삶의 차이가 생기는 것을 목격한다. 우리는 때로 죽자고 싸우고 불행한 부부를 보는가 하면 굉장히 다복하게 살아가는 것같은 부부도 본다. 이럴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어떤 큰 문제에서 찾거나 때로는 그저 순전히 운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큰 이유가 그런 차이를 만들어 냈다거나 운이 인생을 요동치게 만든다고 하는 것은 분명 답의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2015. 12. 2.
처음부터 다시 읽기 15.8.19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다. 그가 하루는 과학을 전공하는 여동생에게 질문을 받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가 준 답은 이랬다. '그 책을 읽다가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 거기서 멈춰.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읽도록해. 그리고 그것을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지.' 우리가 뭔가를 이해했다고 하는 것은 언제나 어느 정도 오만이다. 왜냐면 어떤 것의 완전한 이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언제나 유한한 우리가 보지 못한 더 큰 그림이 있다. 우리가 한 문장을 읽거나 몇페이지의 글을 읽었다고 하자.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즉 그 설명이나 그 묘사를 이해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일 것이다. 완전한 이해가 아니.. 2015. 8. 19.
우리가 한가함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들 15.8.11 한가함이란 창의력의 샘이다. 한가함이란 충전의 기회이고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한가한 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그것을 서둘러 뭔가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한가한 사람을 부러워 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스스로를 부질없이 바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바쁘게 하는 것에는 우선 우리의 고민들이 있다. 우리는 물론 모두 고민이 있고 문제가 있다. 그리고 대개 바쁘다. 그런 우리의 고민들에서 잠시 눈을 돌려서 남을 한번 보자. 우리 주변에 저런 사람은 참 고민이 없을 것같고 원하면 얼마든지 한가하게 살 것 같은데도 필요도 없는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그런 사람들이 필요도 없는 고민때문에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낭비하고 진짜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 2015. 8. 11.
타임캡슐에 대한 짧은 생각 15.8.9 드라마를 보다보니 타임캡슐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릴적 이따금 이것저것을 파묻었던 것도 같은데 너무 오래되었고 별로 진지하게 하지 않아서 인지 제대로 기억나지가 않는다. 그러나 연초에는 타임캡슐에 해당하는 것을 열어본 적이 있다. 그건 바로 맡겨둔 짐이었다. 나는 1999년에 이스라엘에 출국했었는데 그때는 한 2-3년이면 한국에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정리할 수 있는 만큼은 정리했지만 남은 짐들, 버릴 수 없다고 생각되는 짐들은 모아다가 처가의 2층에 올려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16년이 지나서 그걸 올해 다시 열었다. 16년전에는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공책들과 그릇들, 스탠드, 음악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들등 다양했다. 나는 많은 책들을 버렸지만 파인만렉.. 2015. 8. 9.
머리를 좋게하는 몇가지 방법 15.8.5 머리가 좋다는 것은 기준이 애매한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머리가 둔해지고 답답해지는게 언제인지는 안다. 나도 종종 그렇게 느끼니까. 그럴때 돌아보면 개인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몇가지 방법들이 있었다. 1. 걷는다. 걷는 것은 두뇌에 참 좋다. 뛰는 것처럼 육체적으로 격렬한 운동도 물론 나름 좋은 효과가 있겠지만 걷는 것만큼은 아닌 것같다. 걷는 것은 일단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대부분 무의식중에 이뤄진다. 그러면서 산책길에서 본 것과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것이다. 산책은 기본적으로 다 좋지만 아무래도 쾌적한 공기와 조용함이 없고는 효과가 거의 없다. 공기가 답답하고 소음이 있으면 몸에도 안좋겠지만 머릿속이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러므로 차도 옆길을 걷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니 매.. 2015. 8. 5.
백종원과 진보 정신 15.7.6 요즘 음식에 대한 방송이 열풍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것을 좋게 본다.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지나친 때가 오겠고 식상해 지는 때가 오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방송열풍이란 무엇인가. 이왕 먹는거 좀 더 잘 먹자는 이야기다. 좀 다른 거, 좀 더 맛있는 걸 먹자는 이야기다. 음식이란게 그냥 고추가루 팍 팍 치면 다 그 맛이 그 맛이라고 생각하거나 삽겹살에 소주면 최고지 뭘 어떻게 굽는다던가 뭘 마시는가까지 따질 필요있는가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방송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고민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이런 고민이 좀 더 재미있게 살자는 고민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재미있게 사는게 좋다. 재미있게 사는 것이 사는 것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2015.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