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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228

우리가 지혜롭지 못한 이유 21.4.11 우리는 모두 지혜롭고 합리적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죠. 흔히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 떨어지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들 보통 생각합니다만 사실 우리가 지혜롭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합리화를 너무 잘하기 때문입니다. 기대를 하고 공포를 느끼며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을 해서 자기에게 이런 저런 왜곡된 정보를 반복해서 주입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판단은 스스로에 의해 왜곡되고 맙니다. 그걸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예는 아마도 줄 위를 걷는 것일 겁니다. 평지위에 한 뼘정도되는 폭을 가지고 두 개의 평행선을 10미터 정도 그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10미터를 그 평행선들의 안쪽으로 걷는 일은 아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겁니.. 2021. 4. 11.
사람에 대한 선입견 21.1.6 선입견은 고정된 견해이니 생기는 방식이 하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물에 대한 가치평가는 그것을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사람들이 사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말했을 때 두가지의 극단적 견해가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은 독립적으로 자기 인생을 산다는 견해다. 이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행동과 인생은 서로 비교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어느 쪽이 가치가 있다 없다를 전혀 말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모든 행동과 선택에는 객관적인 가치가 정해져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직관적이건 증거에 의해서건 알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누가 가치있는 인생을 살았는지 누가 가치 없는 인생을 살았는지를 명확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누가 무슨 역할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지 알며.. 2021. 1. 6.
아름다움이 낯선 시대 2 20.12.22 거의 10년전인 2011년 4월 8일에 나는 아름다움이 낯선 시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요지는 기계적이고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멈춰서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체험하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요즘 세상에는 참 드물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대해 아 그거 나 알아하는 태도를 취하고 더구나 그나마도 자기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타인이 만든 개념에 근거해서 그렇게 하는 일이 많다. 한 마리의 고양이를 그저 고양이로 여길 때 우리는 그 고양이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느낄 수 없다. 우리는 그 한 마리 뿐인 고양이를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 멈춰야 한다. 이것은 고양이 뿐만 아니라 학생, 여성, 노동자, 기업인등 여.. 2020. 12. 22.
아픔을 줄이는 공부, 아픔을 늘리는 공부 20.8.13 공부와 아픔은 어떻게 보면 관련이 없는 것같다. 아픔을 줄이려고만 하는 것이 공부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세뇌되고 둔해져서 자기 만족에 빠져사는 것이 공부한 사람이냐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변태가 아니라면 아픔을 그 자체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행복한 상태란 아픔이 없는 상태와 거의 같은 말이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것들이 넘치게 많고 그래서 그 아픔과 실패를 하나라도 피해보고자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로워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픔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주장이나 공부들을 보면 나름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같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정체성 이데올로기라고 부를 수 있는 공부들이다. 페미니즘과 노동자 이론이 대표적이겠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을 이.. 2020. 8. 13.
역할의 분담 20.7.3 가족이 좋은 예라고 생각하지만 살다보면 우리는 여러가지 장소와 이유로 역할의 분담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청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수리하는 사람이 있고, 요리해서 밥을 주는 가정주부가 있는가 하면 회사 나가서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역할의 분담이라는 것은 종종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기는 하지만 아주 고약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임시의 것이며 꼭 필요하지 않으면 피해야 할 것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육이라는 것은 대개 역할의 분담을 권장하고 찬양하는 일이 많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캠핑을 간다고 해보자. 그러면 체계적으로 누가 밥을 하고 누가 텐트를 치는가를 나누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합리적이 되는 것은.. 2020. 7. 3.
빈 것의 쓸모 20.7.1 빈 것은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쓸모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빈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뭔가가 비어있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까지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시간을 보자. 우리는 하루의 계획이나 한달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많다. 그래서 비록 앞으로 다가 올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해야 할 일로 가득 채우고 만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쓰러져 잠이 들 때까지 있는 시간은 모두 이것 저것으로 미리 다 채워 두고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학생이라면 오늘은 이런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에 하루를 가득 시간표로 채우고 시작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렇게 여행을 가거나 시간을 쓰는 것은 적어도 언제나 현명한 일은 아니며 아주 종종 지극히 어리.. 2020. 7. 1.
의미있게 살기 20.6.20 우리는 종종 우리가 무의미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우울에 빠진다. 그저 하루 하루 밥을 먹고 똥을 생산하는 삶이랄까. 누가 기억해주지도 못하고 뭔가를 남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막 출세를 하고 있거나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 개인적으로도 즐겁고 자극이 있게 사는 것같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발전도 영광도 없이 우리는 그저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저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 나는 여기에는 발전과 의미에 대한 강박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성장하라, 의미있는 데 시간을 써라같은 조언을 많이 받았고 스스로도 스스로에게 그런 조언을 준다... 2020. 6. 20.
대단한 사람이 되기 그리고 그들의 옆에 끼기 20.5.24 아마도 사람은 자기보다 남을 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과 진짜로 대단한 사람이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표창장 수상식같은 곳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을 단상 아래에서 보고 있노라면 저 단상위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끼기만 하면 실제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은 것이 꿈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대단한 사람이 되는 꿈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남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쉽다. 우리가 남들을 볼 때 우리는 결코 그들의 전부를 볼 수 없다. 그들이 뭘 어떻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2020. 5. 24.
좋은 인생 20.3.15 좋은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좋은 인생이 뭔지에 대해 충분조건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좋은 인생이라면 적어도 다음의 두가지는 갖춰야 할 것이다. 하나는 가진 것의 조화다. 우리가 많이 가졌다고 해도 그것을 잘 조화롭게 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가진 것의 조화라는 문제는 종종 무시되는 것같다. 산처럼 많이 돈을 가졌다고 해도 전혀 그 쓸 곳을 알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 돈을 가지지 못한 것보다 나쁘다. 큰 돈을 소유하자면 그 돈을 얻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하고, 그 돈을 가지고 나서도 그 돈을 관리하고 지키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한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채워넣기만 하는 것도 댓가를 요구하며 그 지식들은 정리되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2020. 3. 15.
잊혀진 경계가 만악의 근원이다. 20.2.9 경계를 짓는 것은 만악의 시작이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도 만악의 근원이다. 그래서 경계는 만악의 근원인데 그래도 우리는 경계없이는 살 수가 없다. 왜냐면 세상에는 이미 이런 저런 경계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걸 수단으로 해서 삶을 구성해 왔기 때문이다. 경계의 대표적 예는 언어이고 결혼이고 배타적 소유다. 경계가 없는 삶이란 자기 혼자만의 의미로 말들을 떠들어대는 미치광이의 삶일 수 있다. 결혼제도는 한가지 강력한 경계로 우리는 그 관습에 따라 가족을 만들고 가족을 유지하고 있으니 당신 스스로가 제 아무리 길게 결혼이란 이런 것이라고 떠들어도 그게 사회적 상식이 되지는 않는다. 왜냐면 모든 것을 미리 계약서에서 정할 수 없어서 상식이 있는 것이고 그저 당신 머리.. 2020. 2. 9.
미신에 대한 미신 20.1.12 미신이란 보편적이지 못하고 잘못된 믿음을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면 우리는 신화와 미신에 대한 한가지 미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신화와 미신이 단순히 틀린 것이라는 미신이다. 나는 미신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신화와 미신은 그저 틀린 것일 뿐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며 심지어 위험하기 조차하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미신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억해 두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는 종종 어떤 생각이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그냥 쓴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그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독자의 머리에는 징크스같은 것들이 먼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예들도 많다... 2020. 1. 12.
기계가 놓치고 있는 것들 19.12.14 요즘은 청소기계가 좋다. 청소기가 있어서 비질을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물걸레 기계도 있어서 물걸레질도 서서 편하게 한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 바닥을 걸레질할 일이 없었다. 엎드려 걸레질 하는 것이 힘들 뿐 아니라 기계로 청소해도 바닥이 깨끗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모처럼 바닥을 손걸레로 걸레질 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달까. 하지만 나는 손걸레 질을 시작하자마자 기계로 하는 걸레질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눈의 높이다. 바닥에 엎드려서 바닥을 가까이 보니 서서 바닥을 볼 때와는 바닥의 상태가 크게 달랐다. 그다지 좋지 못한 내 눈의 영향도 있겠으나 결국 서서 보는 거리와 바닥에 엎드려 바닥을 보는 높이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계가 좋고 나쁘고를 떠.. 2019. 12. 14.
일반적인 조언, 구체적인 조언 19.9.15 명절이다. 나는 그다지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교훈적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친척모임이 있다보면 와서 말을 거는 조카가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몇마디 인생과 학업에 대해 조언을 하게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카와 헤어지고 보니 뭔가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강조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다 더 강조해서 말해야 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것이다. 일반론의 함정을 피하라. 인생의 성패는 결단과 세부사항에 있다. 우리가 남들에게 말할 때 우리는 종종 일반론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아주 구체적인 지식을 묻는 일이 아니라 가치에 대해 물을 때는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수학문제의 답을 묻는다던가 지금 삼성주식이 비싼가 현대자동차 주식이 비싼가를 묻는다는 식의 .. 2019. 9. 15.
이상적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 19.9.9 인간은 모두 자궁에서 왔다. 하나의 세포가 한명의 아이로 자라나는 것이 자궁이지만 자궁바깥의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하나는 자궁은 아이가 일생을 보내기 위한 곳이 아니라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한 곳이라는 것이며 또 하나는 아이는 결코 세상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탄생후에는 모두가 성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특히 독특한 생명체중의 하나인데 태어나고 나서도 성인이 될 때까지 아주 오랜기간 부모에게 의지하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만 봐도 완전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거의 20년이 걸린다. 사회적으로도 대개는 20살을 성인으로 여기고 대학에 들어가거나 대학에 졸업한 무렵의 사람은 이제 성인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예전.. 2019. 9. 9.
걱정이 많은 사람들 19.7.10 태학산문선이라는 시리즈에는 조선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의 글을 모은 뜬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이 있다. 일찌기 정약용은 여기에 포함된 그의 글 가난한 근심에서 사람들이 부질없는 근심이 많은 것에 대해서 쓴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을 쫒아 부지런히 내달리느라 정신이 고달프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또 걱정해야 할 자기 정신을 기르는 일은 정작 걱정하지 않는다. 죽을 때 책 한상자도 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짐승이나 다름없지 않냐고 정약용은 말한다. 정약용이 그 글을 쓴 것은 이미 2백년전의 일이지만 사람들이 부질없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더 많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부질없는 걱정에 시달리는 이유에는 적어도 두가.. 2019. 7. 10.
덧셈의 여행, 뺄셈의 인생 19.7.2 주말에는 교토로 유학을 간 딸아이를 만나러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기도 했는데요. 모처럼의 먼 여행이었기에 재미도 있었지만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도 뭔가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특히 일본처럼 내가 익숙한 곳을 여행할 때 더욱 옳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게 되면 누구나 어딜갈까, 뭘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히 내가 가는 곳에서 유명하고 인기있으며 그래서 추천받는 곳이 어디인가를 신경쓰게 됩니다. 설사 교토처럼 몇번이나 전에 가 본 곳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아주 살았던 것도 아니고 또 언제 오랴 싶어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게.. 2019.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