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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1614

어떻게 살 것인가? 3 23.11.17 유튜브 추천 목록들을 보다 보니 문득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났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왜냐면 유튜브 추천 목록에 아주 자주 등장하는 질문들은 이렇게 하면 부자된다, 이렇게 하면 취직이 잘된다 같은 말들인데 그같은 것을 보다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말의 답은 뻔하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긴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데 취직해서 돈을 잘 벌거나 재태크로 돈을 잘 벌기 위해서 살 것이다. 돈을 버는 일 이외의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현실적으로 뻔하다. 뭐든지 돈이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 2023. 11. 17.
일을 해내는 것과 자기 탓 23.11.15 일이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주어지면 좋을텐데 적어도 언제나 이렇지는 않다. 나는 요즘 쿠팡 소화물 분류 알바를 하고 있다. 시작한지 3주가 되었는데 어찌보면 약간 솜씨가 좋아진듯도 하지만 어찌보면 변한게 없는 것같기도 하다. 어떤 경우든 그 바닥에서 몇년씩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하지만 손이 얼마나 빠른가에 상관없이 이따금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일이 몰아치는 일은 반드시 생긴다. 소화물 분류란 컨베이어 벨트 위로 보내져 오는 소포들을 레이블에 따라 분류해서 따로 저장하는 일을 말하는데 제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그 소포를 모두 내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소포가 많이 몰려 오는 일이 이따금 생긴다. 그걸 분류해서 자기 자리로 가져다 놓고, RT라고 불리는 큰 짐칸.. 2023. 11. 15.
내면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23.11.12 인간의 행복은 오로지 내면에만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극한의 가난이나 고문같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나는 그만큼이나 극한의 상황이 아니면 허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목숨을 잃는 희생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고통과 희생이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 내면의 행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독재타도를 외치다가 희생한 사람도 아닌데 그럼 그럴 때 내면의 행복은 무엇인가? 그럴 때도 내면의 행복은 중요한가? 물론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내면의 행복을 찾는 것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인생의 가장 큰 보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수 많은 사.. 2023. 11. 12.
진화론은 과학이 아니다. 23.11.8 일찌기 철학자 칼 포퍼는 그의 자서전 끝없는 탐구에서 진화론은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연구 프로그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그가 진화론을 부정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진화론을 아주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과학이 갖춰야 할 조건을 반증 가능성이라고 말할 때 진화론은 이걸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어느 혹성에 가서 지구와는 다른 생명체를 찾거나 생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것이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진화론은 왜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되는 것은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과학이 아닌데도 소중히 여겼다라는 말은 소중한 것은 꼭 과학뿐이 아니며 합리적 판단이란 반드시 과학적 판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 2023. 11. 8.
쿠팡 알바와 아버지의 기억 23.11.5쿠팡 소화물 분류 알바를 시작한지 이제 열흘이 되었다. 빼먹으면 오히려 하기 싫어질까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는데 이제는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기는 한다. 알바를 나가면 거기있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고 먹을 것도 가져다 주는 사람도 있다. 일은 조금, 아주 조금 익숙해 졌는데 그게 익숙해 진 건지 아니면 그냥 그날 좀 운이 좋아서 화물이 적게 오거나 다루기 쉬운 화물이 오는 건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이젠 적응했냐고 묻는 긴 경력의 노동자 분에게 적응은 했지만 힘들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인기있었던 웹튠이자 드라마에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나는 쿠팡 일터에서 미생이다. 나는 이 일을 해보기 전까지만 해도 쿠팡 알바란 그냥 쿠팡과 .. 2023. 11. 5.
메타 철학 혹은 철학 패러다임 23.11.2 세상에는 구분해야 하는 것을 서로 구분하지 않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과 철학 자체에 대한 생각이다. 철학 자체에 대한 생각은 말하자면 철학 자체에 대한 철학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메타 철학 혹은 철학 패러다임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철학 자체에 대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걸 말하기 전에 일단 철학에 대해서 먼저 말해 보자. 여기서 내가 말하는 하나의 철학은 수학같은 형식적 시스템의 형태를 가진다. 비록 그렇게 엄밀할 필요는 없지만 그 철학은 그걸 전개하는 철학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들 혹은 진리들이나 수학에서 공리의 자리를 차지하는 그 사실들의 논리적 조합에 의해서 전개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적 조합도 엄격히 말하자면 어떤 규칙이 필요한데 그.. 2023. 11. 2.
철학자의 삶, 노동자의 삶 23.10.30 나는 누구인가. 나는 퇴직한 과학자이고 책을 한권 썼으니 작가이며 번역도 하니 번역가이다. 이밖에도 유튜버라던가 블로거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다 합쳐서 나를 생각하면 나는 사색하고 그걸 글로 쓰는 일을 내 삶의 중심에 두고 있다.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가와 상관없이 말이다. 뭘 사색하는가? 그냥 이것저것이지만 그것도 돌아보면 공통된 주제가 있다. 그건 바로 합리적이란게 뭔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고민이 시작된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였는데 그래서 나는 어릴적에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는다면 철학을 전공하려고 했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질문이라고 함축해서 말도 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나는 내가 그 답을 찾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 나는 물리학을 전공했지.. 2023. 10. 30.
세상에 여러개의 언어가 있는 이유 23.10.24 우리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 말할수 있는 것만이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서둘러 비과학적이라거나 미신적으로 여기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능력이 유한함을 잊어버린 어리석은 태도일 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개미를 생각하거나 짚신벌레를 생각한다고 해보자. 우리는 개미나 짚신벌레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인식하거나 알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명확히 안다. 개미는 영원히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양자역학이라는 시스템이 가진 복잡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자역학은 비록 존재하는 질서이지만 개미의 의식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미의 의식같은 것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인간이든 개.. 2023. 10. 24.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작게 만드는 가. 23.10.10 불법도박장이나 조폭같은 단체를 생각해 보자. 그런 단체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에 해로운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런 단체의 내부에서 그 시스템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산다고 생각할 것이고, 세상은 본래 그런 것이지 자신이 어떤 악을 행한다는 생각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의 터전을 뒤흔드는 위협이 있다고 느낄 때에는 그들은 그것의 방어에 적극 나설 것이다. 나라가 나에게 뭘 해줬고, 인류가 나에게 뭘 해줬다는 것인가 나는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해도,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도 이 도박장을 지킨다고 하거나 이 조폭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나올지 모른다. 그들은 그 조직이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그 조직.. 2023. 10. 10.
한류와 장인의 신화 23.10.6 아내와 유튜브를 보다 보니 요즘은 한국 호떡, 핫도그, 떡볶이, 김밥같은 것들이 미국에서 인기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음악과 영화를 넘어 이제 음식도 한류열풍이랍니다. 그 소식을 듣고 새삼 한류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진 결과 나는 이 질문에는 한가지 자명한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취성이죠. 제가 좋아하는 일본 음식 만화 중에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굉장히 조사를 많이 해서 쓰기 때문에 다큐같은 느낌도 주는 이 만화를 포함한 여러 일본의 음식 만화에는 50년이나 백년이 넘은 오래된 일본 식당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식당에 대한 에피소드는 보통 맛의 달인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하게 흘러 갑니다. 그 이야기는 이런 식입.. 2023. 10. 6.
한 나라의 중심 23.9.21 얼마전에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이 위험하다는 글을 썼는데 그에 대한 댓글을 하나 읽으면서 나는 새삼 한 나라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국가의 가장 큰 자산은 대중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와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의 리더나 귀족이나 기업가나 지식인이 사회를 주도한다고 생각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쉽게 대체가능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는 문맥의 혼동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닐까. 내가 대중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뿐만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긴 세월동안의 진화를 거친 문화적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집단을 말한다. 즉 한국으로 치면 한국어를 쓰고, 한국 음식.. 2023. 9. 21.
미국은 이민으로 흥하고 망했다. 23.9.20 최근에 미국에 사는 친척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이 더이상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번 방문에서 몇가지 대화를 하다가 나는 그것을 새삼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한국이 좀 더 좋아지니까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비교하지 않아도 미국은 쇠락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한국보다 월급이 더 높아도 주거비와 세금이 그리고 병원비가 워낙 비싸다. 한국에서 4백만원짜리 월세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뉴욕에서는 50년된 허름한 스튜디오 방이 그 정도 한다. 미국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 특히 의료보험이 없으면 말도 안되게 비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손가락이 잘라져도 보험없는 사람은 그걸 붙일 생각을 못한다고하지 않는가. 미국이.. 2023. 9. 20.
문자 문화는 퇴조할 것인가. 23.9.18 알쓸별잡이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한 김상욱교수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현재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문자문화가 다시 구술문화로 돌아가고 있는 것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더 생각해 볼만한 좋은 말이었습니다. 일단 프로그램에서 정리했듯이 논리란 문자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문자라는 것을 써서 우리가 전체적 논리 구조를 보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기 힘듭니다. 긴 수학 증명을 모두 머릿속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문자로 기록된 자신이나 남의 사고를 읽고 그것을 기억하고 수정하면서 논리적 사고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수학에서 여러가지 증명들을 따라간 다음에는 수학 공식을 외워서 더욱 복잡한 계산도 해내는 .. 2023. 9. 18.
AI 시대의 진짜 교육 23.9.17 AI 시대의 교육은 지금과 뭐가 달라야 할까? 나는 전에도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한바 있지만 이제는 꽤 답이 더 구체적으로 변한듯하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AI 시대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백년뒤의 교육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거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반드시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구를 기준으로 한다면 세계적으로 교육은 몇백년전이나 지금이나 원리적으로 본질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조차 지금과 백년전의 교육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때는 이미 한국이 서구화된 일제에 의해 식민지가 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백년전과는 전혀 다르다.. 2023. 9. 17.
마블의 영웅과 무빙의 영웅 23.9.15 한국과 미국의 영웅은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이 나오기 이전까지도 그 차이는 명백했다. 하지만 나는 점차 그 차이를 더 강하게 느끼고 더 지겨워하게 된 것같다. 예를 들어 디즈니에서 하고 있는 다른 드라마 아소카는 스타워즈 이야기의 연장판인데 잠깐 틀었다가 꺼야 하는 수준이었고, 아직 나오지도 않았지만 레벨문이라고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니 화면은 화려한데 장면 장면만으로도 또 이거야 하는 것이 있어서 영 볼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슈퍼 히어로 영화가 드디어 재미도 있게 만들어 지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슈퍼 히어로 영화나 드라마들이 이전보다도 더 수준이 떨어진 채 그들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 2023. 9. 15.
과학과 철학의 사이 23.9.14 철학과 자연의 거울을 쓴 리처드 로티는 이미 1979년에 모든 학문의 기초를 제공하는 분야로서의 철학이란 허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가장 원천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분야를 철학이라고 여긴다. 과학이나 기술이 아닌 그것의 배후에 있는 어떤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보통 철학이라고 여겨지게 되는 것이 이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과학이나 기술은 건물의 1층쯤이 되고 그것보다 더 깊은 곳을 파헤치면 그 밑의 영역으로 가게 되므로 그것은 자연히 철학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과학과 철학이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빌딩의 1층이라면 과학이나 기술의 근본을 생각하거나 과학과 관련되지만 과학이론은 아닌 것을 당연히 철학이라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 2023.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