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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는가? 2 23.2.8 두달쯤 전에 나는 무엇이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는가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민주당과 보수당을 오고가는 민심을 공동체 정신과 욕망 사이의 방황으로 파악했다 (보수당이란 지금 현재 국민의 힘이지만 보수당은 워낙 이름을 자주 바꿔서 이 글에서는 그냥 보수당으로 부르기로 한다). 즉 지난 몇십년간의 한국 정치를 보면 공동체 정신을 잊고 욕망으로 달려나가는 보수 정권의 기간이 비참한 결과를 만들어 내면 공동체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정권이 탄생하고 그런 정권 속에서 다시 정치적 사회적 안정이 생겨나면 사람들은 다시 투기나 급진적 개혁같은 욕망에 불타오르면서 보수 정권을 만들어 내는 일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21세기 내내 경제를 살린 것은 민주정권이었고 경제가 폭망한 것은 .. 2023. 2. 8.
자식경쟁과 공정한 삶 23.2.7 경쟁이 심한 곳에서 공정논란은 커진다. 조기 축구회의 축구경기에서 일어난 판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이 별로 없지만 엄청난 돈과 명예가 걸린 월드컵 본선 경기라면 판정논란은 국가적 분쟁까지 가져올 수 있다. 요즘에는 취업비리 이야기가 많은데 그 만큼 취업이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말 남부럽지 않게 경쟁이 심하며 그런데 그것이 세대에 따라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식 경쟁이다. 사실 한국에서 취업과 입시에 관련해서 공정 시비가 종종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식이 입시와 취업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하면 자식 이상으로 흥분하는 것이 부모들.. 2023. 2. 7.
인문학과 과학 그리고 미래 23.2.28 세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법칙을 찾아낸다는 귀납법적인 접근 방식은 현대적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이래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때문에 그러한 사고방식은 종종 우수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넘어서 유일한 사고 방식으로 까지 생각되어진다. 이러는 가운데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분야들이 점차로 위협을 느껴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지도 오래되었다. 인문학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직관을 중시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술이 좋은 예다. 그러니까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를 설명할 수 없고 서로를 과소평가하게 되며 결국 충돌하기 쉽다. 이때문에 찰스 퍼시 스노가 캠브리지에서 이 두가지 문화에 대해 강연을 한 것은 1959년이었고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가 철학과 예술분야를 포함하는 인문학만의 학문.. 2023. 2. 6.
일하는게 취미인 사람들 23.2.5 한국에는 일중독자가 많다. 그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열심히 일하는 것, 부지런한 것이 왜 비판받아야 하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며 어쨌거나 이건 내 취향이니 남이 뭐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중독자는 알콜중독자처럼 그런 행위가 과도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독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강을 해치면서 일하는 사람은 본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의미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푼돈을 아끼고 벌기 위해서 무리하게 일하고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병원비가 더 큰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면 길게 보면 오히려 일을 해서 돈을 잃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중독자들은 대개 자신의 건강에 자신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일중독은 언제.. 2023. 2. 5.
한국인의 정치적 무기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23.2.4 요즘만큼 한국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때도 별로 없다. 경제건 코로나 대처건 국가적 자부심이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소리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윤석렬 정권 퇴진 집회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실 박근혜 때만큼의 동력이 느껴지지는 않고 있다.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이 무기력은 주로 한가지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지난 대선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이다. 아슬아슬한 차이였기는 했지만 윤석렬이 지난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지지 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지 않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실망이었다. 대한민국의 30% 정도가 윤석렬을 지지하.. 2023. 2. 4.
바깥을 쳐다보는 집, 안쪽을 쳐다보는 집 23.2.3 집하면 나오는 말중의 하나는 그 집 참 전망 좋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좋은 집이라고 하면 뭔가 멋진 것들 사이에 있는 집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는 집, 근사한 정원을 앞에 두고 지은 집, 근사한 산을 옆에 끼고 있는 집이 이런 의미에서는 좋은 집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집이 좋은 집일까? 물론이다. 만약 가격이나 편의성같은 다른 모든 조건을 다 무시한다면 전망이 좋아서 나쁠게 없다. 하지만 이게 문제다. 집은 카페도 아니고 전망대도 아니다. 오늘날의 집은 집에 딸린 정원에서 사냥도 했던 서양의 거대한 성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좋은 집이란 성이나 전망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 집을 둘러싼 좋은 것이란 것도 결국 넘쳐서 그 집을 습격하게 되.. 2023. 2. 3.
전주를 떠나며 23.1.31 전주를 떠나기로 했다. 8년만의 일이다. 이제 한달 후면 나는 전주를 떠나 오송이라는 곳에 가게 된다. 보통은 이사가 일때문이지만 그런 것은 아니니 이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어쩌다가 전주를 떠나게 되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정리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주관적이며 상대적인 이유들이다. 첫번째 이유, 새로운 곳이 매력적이라서. 내가 전주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가 이미 전주에 8년이나 살았고 새로운 장소가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여전히 전주를 좋아하며 집을 찾다보니 어쩌다 전주를 떠나게 된 것이다. 나는 전주가 아주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전주의 장점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틈틈히 이야기했으므로 길게 말하지는 않겠다. 전주는 .. 2023. 1. 31.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23.1.29 세상에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억울한 사연이 참 많다. 이를 잘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아이들의 세계다. 철없는 아이들은 자기들의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의 일인지를 알만큼 세상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 자유라던가, 그냥 장난이라던가 그도 아니면 그저 원래 그건 당연한거 아니냐는 식으로 남에게 상처를 준다. 어리고 미숙한 그들은 인간의 유한함을 잘 들어낸다. 그걸 어느 정도 인지하는 어른들은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많다. 아이들의 폭행은 그저 장난이고, 아이들의 추행도 장난이며, 아이들의 절도도 장난이고, 아이들의 폭언도 장난이다. 애들 장난가지고 너무 심하게 다루지 말라는 말은 세상에 참 많다. 만약에 똑같은 일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일.. 2023. 1. 29.
수학 시험을 잘보는 방법 23.1.28 수학은 많은 사람들이 질색하는 과목이지만 오늘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때 과외선생도 많이하고 학원 수학강사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입시에서 수학만점을 받았으며 물리학 박사이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수학을 많이 배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학공부를 했던 기억을 살려 수학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학문으로서의 수학은 아닙니다. 그냥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수학시험을 잘보는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참고서를 잘 고르고 그걸 열심히 풀 것. 너무 쉽죠?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참고서를 잘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참고서가 좋은가. 수학의 정석이나 그와 비슷하게 좀 역사있는 참.. 2023. 1. 28.
건축가가 짓는 집, 집장사가 짓는 집 23.1.26 한국에서 집하면 아파트다. 그리고 한국의 아파트들은 한 단지안에서는 서로 완전히 똑같은 것은 물론 다른 지역의 아파트도 거의 똑같은 도면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같다면 말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건축가가 활동할 영역이 매우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국민이 똑같은 면티를 항상 입는다면 패션 디자이너는 활동영역이 매우 좁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실은 건축가들이 실험을 하고 실제로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줄이게 된다. 머리가 좋고 나쁜 걸 떠나서 집을 백채 지어본 사람과 한채도 지어보지 못한 사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티비에서 집을 소개하는 건축탐구 집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건축가가 자기가 살려고 지은 집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부모님을 위해 지은 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 2023. 1. 27.
조성익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을 읽고 23.1.25 요즘 한국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집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EBS에서 만드는 건축탐구 집같은 프로그램만 봐도 전에 비해 전국에 여러가지 집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주거문화도 발전하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희망어린 시선과 함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진정으로 주거문화의 발전이라고 할만한 변화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위에서 말한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하는 집들은 거의 예외없이 도시의 협소주택이거나 외진 곳에 있는 전원주택이거나 아니면 건축비를 듣기가 무서울 정도의 무시무시하게 비싼 집들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란 어떻게 딱 정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 .. 2023. 1. 26.
경제 전망이 틀리는 세가지 이유. 23.1.24 요즘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투자에 관심이 없지 않은데다가 경제난에 대한 소식이 워낙 많아서 전세계약을 할 때도 뉴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년정도만에 집값이 20%씩 떨어지는 시대니까요.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는 언제나 경고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투자는 본인 책임으로 하라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경제전문가로 초빙되어 인터뷰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도 엉터리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관들도 다 엉터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경제전망이란 틀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전망이 틀리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가지는 모델이 물리학이나 공학에서 말하는 선형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선형모델이란 우리가 관측하는 량들이 서로 비례관계.. 2023. 1. 25.
명절에 만난 대학생들과 대학의 현실 23.1.24 명절이라서 친인척을 만나다 보니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조카들과 그리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형님과 이야기 할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대학의 몰락은 가장 짧게는 인구구조의 문제지만 좀 더 멀리 보면 연구와 교육기능을 모두 담당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길게 보면 대학이 세속화된 것이 대학 몰락의 근본원인이며 결국 대학은 평준화되어야 한다고 저는 글을 썻지요. 그러고 나서 나눈 대화였는지라 몇몇 부분들은 알고는 있었지만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명문대 서열이 중요하지 않고 학과 이름이 중요하다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기업은 점점 더 인재를 데려다가 교육을 시켜서 장기간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실무.. 2023. 1. 24.
욕망과 능력의 균형 23.1.21 행복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고 여러가지 이유들이 그것을 막지만 행복이 힘든 것에는 아주 흔하고 중요한 한가지 이유가 있다. 그건 욕망과 능력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룰 때만 행복이 가능하며 그 균형이 깨지는 경우에는 어느 경우든 불행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순환에서 벗어나서 자기를 지키고 남과 비교하는 일도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고 적어도 이 균형의 의미를 생각도 안해본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다. 욕망이 큰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사람이 불행한 것은 이해하기 쉬워 보인다. 그런데 욕망이 작고 능력이 넘치는데 왜 불행한 걸까? 욕망이란 건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그것은 대개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야의 넓이와 관계가 있고 우리가 스스로를 누구와 비교하는.. 2023. 1. 21.
연상호감독의 정이를 보고 23.1.20 넷플릭스에서 1월 20일에 공개한 정이를 봤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루하지 않게 봤고 한국 SF도 기술적으로는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생각도 했으며 부족한 제작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래도 양념들은 훌룡한데 핵심은 작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현주의 연기가 매우 훌룡해서 영화를 살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77년생의 미모와 액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의 내용은 긍정을 전제로 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참조해서 읽었으면 싶다. 내가 말하는 핵심이란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문제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정이에서 들어나는 미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뇌복제가 가능한 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있다. .. 2023. 1. 20.
대학의 세속화와 몰락 23.1.20 지방대가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요즘 많이 나온다. 물리학, 수학, 철학등 기초학문이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가 없어지고 학과들은 통폐합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학교수들이 직위를 잃게 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남쪽지방부터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없어질거라는 기사가 뜨는가 하면 대학교수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세일즈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친인척 아이들을 동원해서 대학에 등록했다가 자퇴하는 편법을 쓰는 일도 있다고 한다. 대학 입학생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마도 이를 두고 인구구조에 따른 것 즉 저출산의 결과라고 말할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하고 올바른 진단이기는 하다. 그러나 조금 더 뒤로 물러나 보면 지방대의 몰락은 여러가지 다른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2023.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