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글모음1685 이름없는 호의 2012.9.10 나는 지금 일본 와코시의 7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에는 내가 시작시킨 한가지 작은 호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엘리베이터에 모기향을 놓는 일이다. 여름이면 모기가 날아다닌다. 집에서는 다들 모기향을 피지만 엘리베이터에서는 모기가 한마리 들어올 때면 여간 불쾌하지 않다. 도망갈 곳이 없으니까 그렇다. 몇년간 나는 다른 사람이 그랬듯이 그저 참고 견뎠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안에 여분으로 있는 모기향을 보았을 때 이걸 엘리베이터에 걸어놓자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몇일후 나는 걸려있는 모기향 옆에 누군지 모르지만 고맙다는 쪽지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 해마다 이름없는 누군가가 어김없이 모기향을 걸고 또 누군가는 그나 그녀에게 고맙다는 쪽지를 남긴다. 엘리베이터에 모기향을.. 2012. 9. 10. 예술작품과 삶 2012.9.7 약속하기와 채우기 우리는 자신과 많은 약속을 하고, 여러가지것을 지키려고 한다. 매일 운동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아이들과 매일 얼마간 시간을 같이 보내기로 하고, 책을 한주일에 한 권은 읽으려고 하고, 아내와 남편이 따로 나가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것같은 일들이다. 각자 직장에서 생기는 이런 저런 약속도 많다. 그런데 그런 약속들을 지키며 사는 일은 달리기와 비슷하다. 한걸음을 달리는 것이 다음걸음과 이어지는 법이라 한번 발이 꼬이면 때로 그걸 다시 정돈하기가 어렵고, 어쩌다가 꽈당하고 넘어질 법이면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아무튼 사는 것은 긴 마라톤이라 누구나 때로는 아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피로를 누적시켰구나하고 느끼며 거기서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 2012. 9. 7.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의 교육 2012.9.4 믿음이 소중한 자산인 현대 살아가는데에는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삶이 불확실할 때 우리는 크고 작은 공포에 빠진다. 더구나 오늘날 삶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좋게 말하면 역동적인 사회고 나쁘게 말하면 불확실성이 극심한 나라여서 사실 국민들이 마음고생을 안하는 때가 없다고 할 판이다. 이런 것에 너무 적응이 되면 오히려 조용한 나라에 가서 사는게 심심하다고 할판이니 한국사회의 불확실성을 알만하다. 불확실성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혁신은 모두 불확실성이 존재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모든 사람이 이런 불확실성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사람도 매양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살다가 지나친 불확실성을 만나고 무너지게 .. 2012. 9. 4.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는가. 12.9.2 최근에 EBS에서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는가라는 다큐를 방송했습니다. 총3부로 이뤄진 이 다큐는 비록 그 제목이 말해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히 전해주는 다큐라고는 할수 없지만 음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는 유쾌하고 유익한 다큐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그래 정말 왜 우리는 음악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다큐를 봤는데요. 다큐3부에서는 각종 음악가들이, 그러니까 작곡가나 가수나 연주가들이 이 질문을 받지만 대개 대놓고 나는 모른다고 하거나 정확히 어떤 답을 말하지 못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답하는것이 당연한 질문이겠지요. 근본적으로는 당신은 왜 김치를 좋아합니까 같은 취향에 대한 질문이된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에 대한 확실한 논리적 이유를 말하는 것은.. 2012. 9. 2. 경쟁 사회에서 잊혀진것 12.8.31어떤 사람이 정치인으로 매력이 있는가. 나는 자기가 스스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심지어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세상의 수없는 악이 어디서 생기는가. 바로 자신의 능력보다 더 위로 올라간 사람들때문에 생긴다. 그냥 동네에서 이웃들과 잘지내면 훌룡할 사람이 구의원이 되고 시의원이 되고 시장이 된다. 이러다 결국 자기 능력이상으로 올라가게되면 악을 행한다. 뭘 하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그 자리에 있는게 악이다. 이러니 어쩌다가 그나 그녀가 대통령이라도 될 것같으면 악도 이런 악이 없다. 어린애가 제트기 조정하는 것같은 일이 일어난다. 다 죽을 판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에 가깝다. 사람들은 일단 성공하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하고 오.. 2012. 8. 31.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과학 2012.8.30 우리는 오늘날 하나의 시기가 가지는 그 정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과학 기술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세계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에 대해 무한한 불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예측은 종종 완전한 천국이 눈앞에 있다는 낙관론과 지옥이 코앞에 있다는 비관론으로 갈라져서 극단으로 치닫기 일쑤다. 우리가 가진 정신적 문명에는 근원적 문제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되어 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세계관이 어떤 문제를 가졌는가를 생각하기 위해 두가지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1. 우리가 친구로 알고 있던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한 사고로 그의 머리가 갈라지는 일이 생겼.. 2012. 8. 30. 삼성과 애플이 보여주는 한국 요즘 애플의 아이폰을 삼성이 베꼈는가 여부를 가지고 재판을 한다고 그 결과가 속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도된 한 삼성내부문건에 의하면 삼성은 대놓고 아이폰의 여러기능을 하나하나 참조해서 개선점을 만들었고 그것이 대부분 아이폰이 하는대로 하라는 식이었다는 이야기.. 2012. 8. 16. 감성없음은 정신병이다. 2012.8.15 내가 종종 조바심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안타까운 일이 있다. 그것은 아이건 어른이건 어떤 일에 대해 너무도 빠르고 쉽게 알겠다고 하는 경우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자장면을 어디서 먹을지, 여유자금은 주식에 넣을지 보통저축으로 할지, 집을 사야하는가 마는가, 집에 갈 때는 기차를 탈까 비행기를 탈까 렌트카를 이용해야 할까에 이르기까지. 사실 이 세상에는 따지고 보면 우리가 쉽게 결정할수 있는 일이 없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도 잘되리라는 보장이 있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민주주의건 합리성이건 생각한 것과는 반대가 되기 쉽다. 판단의 어려움 모든 일에는 그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외부의 일도 그러하려니와 사실.. 2012. 8. 15. 올림픽 유감론 런던 올림픽의 열기가 이제 좀 가라앉는것 같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감동과 애국심을 불러 일으켰던 올림픽은 그러나 나에게는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좀 거리를 두고 싶은 존재였다. 사람들은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주는 밝은 면은 보지만 그 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그렇.. 2012. 8. 13. 길게 본 교육, 짧게 본 교육 12.8.6한국에는 교육에 대한 몇가지 (몇가지만 있겠는가만은) 모순적인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공부 공부 하면서 학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다니며 소위 선행학습이란것을 한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 그렇게 들어가는 학생들의 학력은 날로 떨어진다고 교수들은 불평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입시공부를 잘했던 사람의 말보다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종종 더 입시의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남편이 부인보다 훨씬 좋은 대학을 나온 가정을 많이 알고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때와 다르다면서 부인들이 대학입시의 온전한 전문가 역할을 하며 남편들은 거의 발언권도 없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나름대로 각자 확고한 세상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남의 말을 들으려.. 2012. 8. 6. 버둥거리기와 코를 꿰지 않고 살기 2012.8.2 살아가는데 기억해야 할 것이 여러개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것이 두개의 말로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그 하나는 버둥거리며 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를 꿰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들을 종종 나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훈계를 하곤 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되도록 훈계를 안하려고 노력한다. 맘에 들지 않아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도 참는다. 물론 한번 훈계를 늘어놓으면 꽤 세게 하지만 자기가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꾸 옆에서 이쪽이 맞다 저쪽이 맞다하고 훈수를 두게 되면 아이가 그저 부모의 말을 수동적으로 따라오는데 익숙해 지거나 반항심만 키우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지는 않는데 첫째로 나는 아이들을 되도록 .. 2012. 8. 2. 노무현 정부 무능론은 무슨 가치를 위한 것인가. 2012.7.3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후 많은 애도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스물 스물 세상에는 노무현 정부 무능론이 다시 퍼지고 있다. 그것은 비단 새누리당이나 한나라당출신의 손학규같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많은 정치인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확인되고 있으며 진보진영의 논객들에 의해서도 기회있을때 마다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문재인에 관련되서 논쟁도 붙는다. 안철수를 제외하면 문재인은 야권에서 차기대권후보 1순위에 올라있다. 사람들은 참여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문재인을 낙마시키기 위해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비판하며 그게 안되더라도 문재인에게 참여정부를 부인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같다. 그래서 문재인은 결정해야 한다. 그 압력에 굴복하고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부인하던가 김대중.. 2012. 7. 30. 악몽 2012.7.30 한국도 일본도 요즘 연일되는 더위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래서 인지 간밤에는 악몽을 꾸었더랬다. 꿈속의 나는 한국에서 형제들과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학생이었는데 어느샌가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 병에 걸린 것이다. 내가 가진 병을 부인하면서, 나는 잘 걸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슬퍼하고 실망하고 하다가 깨어보니 어느새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던 한국에 살던 그 학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일본의 한도시에 살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새벽녁에 잠이 깨어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아직 5시반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몸을 일으켜 보니 정말 팔다리가 잘 움직이질 않는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자다가 일어났는데 비틀비틀거리는 일이야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런 꿈을 꾸고 난 직후.. 2012. 7. 30. 사랑하는 사람 2012.7.26 사랑하는 사람은 제 아무리 깊은 사랑을 돌려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 손발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내 맘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으며 그래서 가슴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 나에게 더 잘해줬으면 해서만 섭섭하고 가슴아픈게 아니다. 자기를 더 잘 챙기기를 바라는데 그러지 못할 때 가슴 아픈일이 오히려 더 많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그런 고생하지 않을텐데 싶지만 한사코 고집을 피우고 어리석게 굴어서 피가 나고 눈물이 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랑하는 만큼 한숨이 깊어질 때가 있다. 만약 사랑하지 않는다면 돌아서서 그래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것이며 누가 구원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 2012. 7. 26. 안철수는 안철수의 일을 하게 하라. 안철수 지지율이 오른 이후 늘상 있었던 목소리들이 있다. 안철수를 검증하고 비판하고 안철수의 입장을 확실히 하라는둥 안철수는 이게 부족하다는 둥 하는 소리들이다. 그런 소리들은 어떤 문맥에서 어떤 식으로 말하는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물론 필요한 소리들이다. 그러나 거기.. 2012. 7. 24. 4대강사업과 대선 나는 전부터 몇가지 이유로 4대강 사업에 대해 깊은 걱정과 반대의사를 표시해왔다. 우리는 다시 4대강사업이 어떻게 시대에 뒤졌다던가 어떻게 환경적 악영향을 끼쳤고 끼칠것이라던가 어떻게 채산성이 안맞는다던가 무엇보다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이 얼마나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안.. 2012. 7. 22.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1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