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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과 성악설 23.3.9 우리는 학창시절에 성선설과 성악설을 배운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으며 서양의 루소가 비슷한 주장을 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으며 리바이어던에서 모두와의 투쟁을 말했던 서양의 홉스가 비슷한 말을 했다. 성선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자연히 인간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기 마련이고 그 반대로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인간과 본성의 제약과 교육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선설이 옳건 성악설이 옳건 혹은 인간의 본성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건 선악을 따졌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할만 하다. 선악을 따진다는 것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타고났기 때문에 그걸 내부에서 찾자고 하건 없으니 그걸 교육시키거나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자고 하건 선악은 사람이 사는데.. 2023. 3. 9.
오송생활의 시작 23.3.3 오송에 이사온지도 이제 한 주가 되어 간다. 지난 한달여간 이사 준비와 짐 정리로 바뻐서 힘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힘이 들었던 것은 도통 글을 쓰고 산책하고 사색할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집은 조금씩 정리가 되어갔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내 마음은 조금씩 썩어가는 기분이었달까. 이제 이사를 온지도 한 주가 되었지만 그간에는 너무 바뻐서 동네도 걸어다닐 시간이 없었고 여기는 주소상 청주의 일부인데 청주중심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역시 얼마가 되었든 사색하고 독서하고 글을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내 삶의 중심이다. 오늘에야 겨우 시간이 조금 나서 집바깥을 걸어볼 수 있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오송역까지 도보로 15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2023. 3. 4.
선악의 문제 23.3.2 선악의 구별은 애매하다. 누구도 어떤 행동도 완전히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다. 그걸 나누는 기준이 주관적인 것은 둘째치고 설사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우리는 언제나 시공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제한된 영역을 보면서 그걸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를 들어 금전적으로 이득이냐 손해냐라는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고 해도 그 판단은 기계적으로 나올 수 없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할 때 그것이 한참 시간이 지나도 좋은 행동이 되는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도 좋은 행동인지 우리는 신경쓰지 않거나 알 수가 없다. 이는 이상한 일은 아니다. 침팬지가 그러한 것처럼 사람도 유한하며 사람은 기껏해야 몇십명 몇백명 정도를 보고 신경쓰며 살 수 있는 동.. 2023. 3. 2.
인공지능은 인문학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23.2.26 쳇GPT의 인기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모든 분야를 바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바꿀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인문학이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인공지능 전공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일에 조금도 종사해 본 적이 없으면서 흔히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같은 인류를 멸망시킬 인공지능을 문학적 상상력을 배경으로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은 실존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흔히 과장되어지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인문학의 상당부분을 공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적 공부에 강하게 의존하던 사람들은 이때문에 인공지능의 등장을 더더욱 인류멸망처럼 느끼게 된다. 사실 이전에도 기계가 공장노동을 대체하자 공장노동자.. 2023. 2. 26.
낭만에 대하여 23.2.18 낭만은 로망(roman)이라는 프랑스 단어를 일본사람들이 음차해서 쓴 것으로 본래 18세기에는 대중적 소설을 의미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그리스 로마 시대를 이상적인 시대로 여겼던 유럽의 풍토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역사가 있는 탓으로 낭만이라고 하면 흔히 서구적인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즉 낭만적 카페란 한국 사람들이 유럽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하는 장식을 가진 커피숍을 주로 말하는 식이다. 낭만은 또한 흔히 남녀간의 애정에 대한 것으로 말해진다. 로맨스가 연애이다보니 로맨틱하다는 말은 낭만적이라고 번역되지만 결국 이성에게 매력적인 행동을 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낭만이 무엇인가는 다른 많은 단어들처럼 대중의 인식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누군가가 이것이 낭만이다라고 독단적으로 정의할 수.. 2023. 2. 18.
외교에 있어서 국민과 정부의 역할 23.2.15 외교란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부와 국민이 맡아야 할 역할은 서로 다르고 달라야 한다. 좋은 예가 문재인 정권때 일본 정부가 반도체 재료가 되는 물건들에 대해 수출금지를 시행한 일이었다. 오늘날 군사와 경제와 정치는 서로 따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 문화적으로 알력이 있다고 해서 경제적 공격을 하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군사적으로는 해결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가 경제 사회적으로 하나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원칙으로 만약 두 국가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치 문제를 경제 공격으로 혹은 경제공격을 군사공격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피차간에 큰 손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이런 저런 핑계를 제시했지만 징용공문.. 2023. 2. 16.
주석달린 어린 왕자를 읽고 23.2.14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많이 인용되기에 어린 시절에 한번 안 읽어 본 사람이 없고 설혹 안 읽어 보았다고 해도 얼마전에 읽어 본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주변에 굴러 다니는 책을 보아도 그저 슬쩍 보고 말기 쉽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어린 왕자에 주석을 달아 놓았다는 제목때문이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역자인 김진하가 주석을 달아 놓은 책이다. 나는 독서를 저자와의 대화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덕분에 이 책은 양자대화가 아니라 3자 대화가 되었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역자인 김진하는 이 책을 너무 빨리 읽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석을 읽기 위해 중간 중간에 멈춰서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2023. 2. 14.
인공지능과 새 시대를 사는 법 23.2.29 나심 탈렙은 그의 책 블랙스완의 결론부분에서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복잡한 현대에서 투자를 하는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투자는 정답을 맞추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확률에 대한 것이다라는 말이다. 우리는 지식의 힘을 과신하고 있으며 매번 선택을 할 때마다 최대한 자세한 계산과 예측을 하려고 한다. 그럴듯한 가설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정확한 수학계산 결과를 뽑아내듯 논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예측은 지나치게 최적화할 때 오히려 더 나빠진다. 우리는 투자가 실패도 전략의 일부인 확률게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그럴듯한 가설뿐이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좋은 투자를 더 자주 시도해야 .. 2023. 2. 10.
무엇이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는가? 2 23.2.8 두달쯤 전에 나는 무엇이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는가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민주당과 보수당을 오고가는 민심을 공동체 정신과 욕망 사이의 방황으로 파악했다 (보수당이란 지금 현재 국민의 힘이지만 보수당은 워낙 이름을 자주 바꿔서 이 글에서는 그냥 보수당으로 부르기로 한다). 즉 지난 몇십년간의 한국 정치를 보면 공동체 정신을 잊고 욕망으로 달려나가는 보수 정권의 기간이 비참한 결과를 만들어 내면 공동체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정권이 탄생하고 그런 정권 속에서 다시 정치적 사회적 안정이 생겨나면 사람들은 다시 투기나 급진적 개혁같은 욕망에 불타오르면서 보수 정권을 만들어 내는 일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21세기 내내 경제를 살린 것은 민주정권이었고 경제가 폭망한 것은 .. 2023. 2. 8.
자식경쟁과 공정한 삶 23.2.7 경쟁이 심한 곳에서 공정논란은 커진다. 조기 축구회의 축구경기에서 일어난 판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이 별로 없지만 엄청난 돈과 명예가 걸린 월드컵 본선 경기라면 판정논란은 국가적 분쟁까지 가져올 수 있다. 요즘에는 취업비리 이야기가 많은데 그 만큼 취업이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말 남부럽지 않게 경쟁이 심하며 그런데 그것이 세대에 따라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식 경쟁이다. 사실 한국에서 취업과 입시에 관련해서 공정 시비가 종종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식이 입시와 취업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하면 자식 이상으로 흥분하는 것이 부모들.. 2023. 2. 7.
인문학과 과학 그리고 미래 23.2.28 세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법칙을 찾아낸다는 귀납법적인 접근 방식은 현대적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이래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때문에 그러한 사고방식은 종종 우수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넘어서 유일한 사고 방식으로 까지 생각되어진다. 이러는 가운데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분야들이 점차로 위협을 느껴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지도 오래되었다. 인문학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직관을 중시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술이 좋은 예다. 그러니까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를 설명할 수 없고 서로를 과소평가하게 되며 결국 충돌하기 쉽다. 이때문에 찰스 퍼시 스노가 캠브리지에서 이 두가지 문화에 대해 강연을 한 것은 1959년이었고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가 철학과 예술분야를 포함하는 인문학만의 학문.. 2023. 2. 6.
일하는게 취미인 사람들 23.2.5 한국에는 일중독자가 많다. 그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열심히 일하는 것, 부지런한 것이 왜 비판받아야 하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며 어쨌거나 이건 내 취향이니 남이 뭐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중독자는 알콜중독자처럼 그런 행위가 과도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독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강을 해치면서 일하는 사람은 본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의미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푼돈을 아끼고 벌기 위해서 무리하게 일하고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병원비가 더 큰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면 길게 보면 오히려 일을 해서 돈을 잃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중독자들은 대개 자신의 건강에 자신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일중독은 언제.. 2023. 2. 5.
한국인의 정치적 무기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23.2.4 요즘만큼 한국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때도 별로 없다. 경제건 코로나 대처건 국가적 자부심이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소리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윤석렬 정권 퇴진 집회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실 박근혜 때만큼의 동력이 느껴지지는 않고 있다.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이 무기력은 주로 한가지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지난 대선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이다. 아슬아슬한 차이였기는 했지만 윤석렬이 지난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지지 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지 않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실망이었다. 대한민국의 30% 정도가 윤석렬을 지지하.. 2023. 2. 4.
바깥을 쳐다보는 집, 안쪽을 쳐다보는 집 23.2.3 집하면 나오는 말중의 하나는 그 집 참 전망 좋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좋은 집이라고 하면 뭔가 멋진 것들 사이에 있는 집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는 집, 근사한 정원을 앞에 두고 지은 집, 근사한 산을 옆에 끼고 있는 집이 이런 의미에서는 좋은 집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집이 좋은 집일까? 물론이다. 만약 가격이나 편의성같은 다른 모든 조건을 다 무시한다면 전망이 좋아서 나쁠게 없다. 하지만 이게 문제다. 집은 카페도 아니고 전망대도 아니다. 오늘날의 집은 집에 딸린 정원에서 사냥도 했던 서양의 거대한 성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좋은 집이란 성이나 전망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 집을 둘러싼 좋은 것이란 것도 결국 넘쳐서 그 집을 습격하게 되.. 2023. 2. 3.
전주를 떠나며 23.1.31 전주를 떠나기로 했다. 8년만의 일이다. 이제 한달 후면 나는 전주를 떠나 오송이라는 곳에 가게 된다. 보통은 이사가 일때문이지만 그런 것은 아니니 이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어쩌다가 전주를 떠나게 되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정리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주관적이며 상대적인 이유들이다. 첫번째 이유, 새로운 곳이 매력적이라서. 내가 전주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가 이미 전주에 8년이나 살았고 새로운 장소가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여전히 전주를 좋아하며 집을 찾다보니 어쩌다 전주를 떠나게 된 것이다. 나는 전주가 아주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전주의 장점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틈틈히 이야기했으므로 길게 말하지는 않겠다. 전주는 .. 2023. 1. 31.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23.1.29 세상에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억울한 사연이 참 많다. 이를 잘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아이들의 세계다. 철없는 아이들은 자기들의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의 일인지를 알만큼 세상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 자유라던가, 그냥 장난이라던가 그도 아니면 그저 원래 그건 당연한거 아니냐는 식으로 남에게 상처를 준다. 어리고 미숙한 그들은 인간의 유한함을 잘 들어낸다. 그걸 어느 정도 인지하는 어른들은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많다. 아이들의 폭행은 그저 장난이고, 아이들의 추행도 장난이며, 아이들의 절도도 장난이고, 아이들의 폭언도 장난이다. 애들 장난가지고 너무 심하게 다루지 말라는 말은 세상에 참 많다. 만약에 똑같은 일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일.. 2023. 1. 29.